[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아귀의 구제 의식 수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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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아귀의 구제 의식 수륙재
  • 박정원
  • 승인 2023.07.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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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재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다
<흥국사 감로탱>(1868), 남양주 흥국사 소장

“…효령대군 이보(李補)가 성대하게 수륙회를 7일 동안 한강에서 개설하였다. …나부끼는 깃발과 일산(日傘)이 강을 덮으며, 북소리와 종소리가 하늘을 뒤흔드니, 서울 안의 선비와 부녀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임자년 봄에 크게 무차지회(無遮之會)를 열었사온데, …기치와 일산이 해를 가리우고, 종과 북소리는 땅을 흔들었습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에서 보이는 효령대군이 한강에서 설행한 수륙회(이하 수륙재)에 대한 기록의 일부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야외에서 수륙재가 설행될 때, 깃발과 일산(日傘, 햇볕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양산)이 강을 덮고, 해를 가린다고 할 정도로 번(幡, 깃발) 등의 장엄물들이 많이 걸렸고, 종소리와 북소리가 하늘과 땅을 흔들었다 할 정도로 범패나 작법의 소리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성대한 수륙재의 모습은 조선시대에 제작돼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수륙회도(이하 감로탱)로 그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화면의 시식대(施食臺)와 의식 승려들이 어떤 장면을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시식대와 의식 승려

남양주 흥국사에는 감로탱 한 점이 전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금곡 영환(金谷 永煥) 등이 1868년에 그린 것으로 19~20세기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제작된 감로탱들의 시작점이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면 중앙의 넓은 시식대와 그 주변의 모습이다.

화면 중앙에는 공양물을 올리는 시식대가 있다. 시식대 윗면의 나이테로 보아 나무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고, 그 앞에는 붉은색과 녹색의 탁의(卓衣, 사찰 행사 때 불단을 장엄하는 덮개)를 둘렀다. 시식대는 굉장히 넓은데, 또 높이도 있는지 시식대 위에 공양물을 진설하는 스님은 시식대의 앞에 높인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리고 있다. 시식대의 위, 가장 안쪽에는 커다란 불패(佛牌, 불·보살의 명호가 적힌 위패), 삼전패(三殿牌, 주상 전하, 왕비 전하, 세자 전하의 수복을 비는 내용이 적힌 불패)가 놓여 있다. 그 앞에는 음식을 높이 괴고, 그 위를 꽃으로 장식한 공양물과 그릇에 음식을 담고 붉은 천을 덮은 공양물들을 나란히 놓았다.

시식대의 좌우에는 용과 구름이 새겨진 흰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의 고리에 하얀 줄을 걸었다. 그리고 그 줄에는 ‘나무청정법신비로(자나)불[南無淸淨法身毗盧(遮那)佛]’, ‘나무원만(보신노사나불)[南無圓滿(報身盧舍那佛)]’, ‘나무백억(화신석가불)[南無百億(化身釋迦佛)]’의 삼신불번(三身佛幡)이 걸려 있다. 그리고 ‘널리 시방세계의 다함 없는 삼보님과 사부중 및 일체중생께 고하오니 모두 도량으로 오시어 이 공양을 받으소서(普告十方諸刹海無盡佛法僧三寶四部衆及群生類咸赴道場受此供)’라고 쓰여 있는 보고번(普告幡) 및 마군을 물리쳐 의식이 이뤄지는 도량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은 항마번(降魔幡), 세상에 태어날 때 지은 빚을 명부의 십대왕과 종관 권속들에게 갚는 돈을 의미하는 금전(金錢)과 은전(銀錢)이 걸려 있다. 이 밖에도 부처님께서 법회 대중의 청에 응하고 계심을 뜻하는 서기(瑞氣, 상서로운 기운)를 표시하기 위해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의 3가지 천으로 만든 청황목(靑黃木)도 매달렸다.

시식대의 정면 가운데에는 발이 세 개가 달린 커다란 향로가 놓여 있으며, 그 좌우에는 고깔을 쓴 스님 두 분이 조각된 큰 붉은 초를 받쳐 들고 서 있다. 그리고 시식대 앞의 양쪽 끝에는 4개의 다리가 있는 붉은 색의 원형 받침이 있다. 이 받침 위에는 각각 붉고, 푸른 천을 어깨에 두른 큰 항아리가 올려져 있고, 붉은색, 하얀색 종이로 만든 모란꽃이 가득 꽂혀 있다. 시식대 앞에는 넓은 공간이 있어 한쪽 옆에는 상복을 입은 상주들이 무릎을 꿇고 합장을 하고 있다. 그 뒤에는 상복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합장을 하고 예를 표하는 이들이 있다. 이 상주들의 앞으로 스님 및 일반인들이 커다란 그릇에 담겨 붉은 천을 덮은 공양물을 시식대로 옮기기 위해서 두 손으로 받쳐 들거나 머리에 이고 줄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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