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봄나물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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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혼밥 한 그릇] 봄나물주먹밥
  • 법송 스님
  • 승인 2021.06.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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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조물 손맛 살린 봄날의 도시락

왜 항상 배가 고플까

완성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 로봇이 등장했다. 국내에도 요리 로봇을 도입한 식당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요리 로봇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조리한 후 설거지까지 직접 한다.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산업 발전 속도로 볼 때 로봇이 주방을 점령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요리 로봇은 입력된 매뉴얼에 따라 사람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맛도 모양도 완벽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반면 사람의 손은 완벽하지 않다. 같은 요리라도 조리 시간이 매번 달라지며 어느 날은 간이 조금 짜게 되고, 어느 날은 간이 조금 싱겁게 되기도 한다. 요리 로봇 손이 사람 손의 자리를 완전히 꿰차게 될 날이 올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먹는 일’에 단순히 효율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도망치듯 고향에 돌아간 주인공 혜원이 끼니를 직접 만들어 먹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혜원은 시골 고향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픔’을 호소하며 텃밭에서 배추를 캐 배춧국을 끓여 먹는다. 여기서 혜원이 느끼는 배고픔은 영화 전체의 중요한 모티프다. 갑자기 왜 고향에 내려왔냐는 친구의 물음에도 혜원은 “배고파서 내려왔다”고 멋쩍게 답한다. 늘 쫓기듯 때웠던 도시에서의 끼니들이 혜원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지 못했던 셈이다. 혜원의 오랜 허기는 고향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서야 비로소 해소된다.

로봇이 따라 할 수 없는 오차 가득 ‘손맛’

혜원에게 음식을 먹는 행위란 그 맛과 영양소뿐 아니라, 땀 흘려 땅을 일구고, 재배한 재료들을 직접 손질하고 요리하는 과정에 들이는 정성, 즉 ‘손맛’까지 섭취하는 과정이다. 혜원의 허기를 채워준 음식의 손맛은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분명히 실존하는 맛의 변수다. 로봇과 달리 사람의 손은 조리 중 즉흥적으로 재료량을 조절하기도 하고 레시피에 없는 양념을 추가하기도 하며 요리하는 사람만의 개성이 담긴 맛을 창조해낸다. 손과 뇌의 관계를 알면 손맛의 실체가 좀 더 뚜렷해진다. 뇌와 밀접하게 연결된 손은 뇌의 명령을 이행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정신기능에 자극을 준다. 뇌와 손의 쌍방향 소통은 좋은 음식 만들려는 마음을 손을 통해 음식에 전하고, 음식 만드는 손끝의 정성을 다시 마음에 전한다. 결국 즐거운 마음으로 최상의 음식을 차려내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로봇이 만드는 요리에서 화두는 ‘무엇(What)을 만드는가’이지만 사람이 손맛으로 만들어내는 요리에서 화두는 ‘누가(Who) 만드는가’다. 음식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의 손에서 나오는 기운만큼은 어떤 로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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