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돌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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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돌이 병
  • 관리자
  • 승인 2007.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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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얼마 전에 나는 고개 돌이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는데 목에서 삐걱 소리가 나더니 고개가 그 모양대로 고정 되어버린 것이었다.  45도 정도로 돌아서 고정된 내 모습,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그런데 그 고개가 아무리 다시 원상태로 돌리려해도 되질 않아 그 모습으로는 밖엘 나갈 수 없어 직장도 하루 쉬었었다.

 결국은 병원에 가서 물리 치료를 받고 나서야 회복이 되었지만, 고개를 비뚜로 하고서 한 나절을 보냈던 그때 느낀 감정들은 아직도 새롭게 내게 남아 있다. 혹시 내가 내 인생을 이렇게 고개를 비뚜로 하고 한쪽면만 보고 살아온 것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 주된 생각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내 나름대로 어떤 가치관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것 전체가 이렇게 비뚤어진 고개로 본 한쪽만의 세상에서 얻은 결론이라면--. 내가 추구해온 것들이 모두 버려야 할 것 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온 세월이 허망하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해서 길을 가질 않는다. 거의 관습이 정해준 길대로, 혹 제도가 정해준 길대로 비판 없이 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 정해진 길대로 가고자 나 또한 얼마나 몸부림쳐댔는가.
내게 주어진 환경의 불만족, 그것을 남들이 정해놓은 그 제도에 편승을 하여 채우고자 무던히도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내 인생 전체를 꾸려나간다면 나중에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없을 게다.

 쟁취에만 서둘러 사는 보잘 것 없는 인생. 비뚤린 고개로, 그래도 성공한 삶이라 살아왔던 내 짧은 생을 돌이켜 보니 역시 나는 한쪽만 보고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정한, 내가 택한 것이 아닌 남이 정한대로 살아온 갓이다.

이젠 병원의 물리치료가 아닌, 자신의 마음의 수양으로서 내 고개를 똑바로 세워 놓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내 안목도 점점 넓어져 이세상 넓으면 넓은 그대로를 훤히 보고 살 수 있겠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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