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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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 관리자
  • 승인 200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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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열전(祖師列傳)[2]

   부처님의 제자들 모두 선근(善根)의 힘으로 모였다. 선근이란 금생 일이 아니라, 전생의 일이다. 선근은 스스로 쌓은 인과의 탑이다.

   아란 존자는 왕사성(王舍城)에서 태어났다. 성은 찰제리, 아버지는 곡반왕(斛飯王)이다. 세속적 이야기로 그 족보를 들춘다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종제(從弟)가 된다. 더욱이 부처님이 성도(成道)하신 날 밤에 태어났으므로 경희(慶喜) 또는 환희(歡喜)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것은 뜻 있는 날 태어나서 기쁘다는, 즐겁다는 옛 사람들의 순진무구한 표현인 것 같다.

   또 다른 이름으로 총지(總持)란 이름이 있다. 탁월한 지혜덕분으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그것은 부처님이 붙여준 이름이며 별명이다. 그리고 부처님을 시봉하였다.

   선근(善根)의 힘, 그것은 인연법을 준하며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에서는 가히 절대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할까. 선근의 수승함, 그보다 더 부러운 게 어디 있으랴. 그러고 보면 아란 존자는 복 많은 사람 가운데 복 많은 이였다.

   그러나 출세간(出世間)의 지혜를 얻는 데는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설령 선근이 두터워 부처님 옆에서 부처님을 오래오래 시봉하였지만 스스로 무위(無爲)의 출세간적(出世間的) 지혜를 이루지 못하였다.

   하여, 부처님이 인연 따라 이 세상과 인연을 달리하고 보니 제자들이 모여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남기신 말씀을 모으려하였다. 그때 아란 존자는 많이 알기는 하지만 아직도 번뇌[누漏)]가 있는 몸이라 부처님 말씀을 모으는 결집 장소인 기사굴산에 들지 못하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그때 가섭 존자의 따뜻한 격려로 아란 존자는 별처(別處)에서 일주일간 계속 정진을 하였다. 쉽게 이야기 하면 한쪽 발을 들고 한쪽 발로 서서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정진을 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처음엔 부처님 말씀의 결집 장소에 들지 못하였던 아란 존자. 그는 별처에서 사형(師兄)인 가섭 존자의 견책을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기까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당위 앞에 엄숙히 수긍을 하였다.

   부처님 말씀을 결집함에 있어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않았다면 설령 부처님이 지혜가 밝다고 총지란 별명까지 붙인 아란 존자도 그 장소에 들지 못하게 하는 그 엄숙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만약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 자리에 들었다면 부처님 말씀에 자기의 사견(私見)이 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자우리 안에는 사자만 살지 그 밖의 짐승은 살지 못한다는 명제와 같은 이야기다.

   부처님도 아란 존자의 지혜를 밝히지 못하였다. 그러나 사형 가섭 존자의 견책으로 스스로 밝힌 지혜, 그 지혜를 밝혔으므로 가섭 존자는 엄숙히 선언하였다.

  『이 아란 비구는 아는 것이 많고, 큰 지혜가 있으며, 항상 부처님을 따라 뫼시면서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았고, 부처님께 들은 법문은 그릇에 물을 옮기듯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항상 총명함이 제일이라 하셨으니, 이제 그를 청해서 수다라장(修多羅藏)을 결집하게 함이 좋겠습니다.』

   이런 가섭 존자의 말씀 앞에 그때 모인 대중들이 조용하므로 가섭이 아란에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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