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장마철 대신 우기(雨期)라고 불러야 할 만큼 후덥지근한 날씨가 변덕을 부리며 계속됐다. 그래도 때가 되니 귀뚜라미 울고 가을바람이 선선하다. 어찌 이때를 그냥 놓치랴. 일상의 일탈을 꿈꾸며 춘천 청평사로 간다. 팔당대교를 건너 경춘국도를 따라 젊음을 한껏 배설했던, 추억 속의 지명들과 재회한다. 양수리, 새터,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젊은 날의 객기어린 장면들이 슬며시 떠오른다.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청평사로 가는 길은 1973년 소양강댐이 축조되면서 뱃길이 보편화되었다. 육로로도 닿을 수 있는데, 대중교통이 없으며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고 또 넘는 곡예운전을 감수해야 한다.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려면, 배표 뒷면에 인적사항을 적어야 한다. 순간 움찔해진다. ‘인생이란 이대로 표표히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그러나 이내 피식 웃음이 나온다. 평온한 소양호를 유유자적 가르며 고작 15분을 갈 뿐이다.
공주와 상사뱀의 애절한 설화 _
청평사는 고려 광종 4년(973년) 영현 스님이 백암선원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문종 22년(1068년) 이의가 중창하여 보현원이라 불렀으며, 그의 아들 이자현이 중수하여 문수원이라고 하였다. 청평사라는 이름은 조선 명종 10년(1555년)에 이르러 보우 스님이 대대적인 중창을 하면서 붙여졌다.
배에서 내려 청평사로 가는 숲길은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그 중심에는 ‘공주와 상사뱀’의 애절한 설화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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