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곳간이 열리니, 나라가 들썩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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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곳간이 열리니, 나라가 들썩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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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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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삼국유사

산중의 고전(古傳)을 인용하며 일연은 이렇게 증언한다.

“ 이 산이 진성(眞聖: 문수보살)이 머무시는 곳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자장법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대산이 문수보살이 상주하시는 도량임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국가불교의 대표적인 성지(聖地)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인 실천적인 단계로의 진입만이 남아 있다.

사실 신라에 귀국하고부터 자장이 몰고 온 거침없는 신앙의 돌풍은 온나라를 휩쓸었다. 먼저 그 바람은 궁중에서 일기 시작했다. 스님을 맞은 선덕왕은 분황사에 머물 곳을 마련하고, 궁중에 청하여 대승론(大乘論)을 듣는다. 또 황룡사에서 보살계본(菩薩戒本)을 칠일 동안 밤낮으로 강설하니, 하늘에서는 단비가 내리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강당을 덮는다. 동참한 어느 누가 복받치는 환희심을 누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신심의 고양은 자칫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수많은 삶의 방식중 하나가 되어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되고 만다면, 생명의 근원을 제시하는 종교가 될 수가 없다. 때맞춰서 조정에서도 불교신앙의 국가적인 규범을 요청하니, 자장은 당당히 대국통(大國統)의 소임을 맡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에게 국한된 사건이 아니다. 국가와 불교의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명실공히 국교(國敎)로서의 불교가 그 역할을 수행해가는 것을 시사한다.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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