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속에 앉은 도량
상태바
연꽃 속에 앉은 도량
  • 관리자
  • 승인 2007.11.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라밀 국토를 찾아서/철원군

장마가 일찍이 닥친 탓으로 화창한 날을 기다려 문화재를 순례하기는 어려운 때라 날씨만 흐리고 비는 오지 않는다는 일기 예보만을 믿고 오랜만에 북행길로 나섰다.

8․15해방 후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남북으로 국토가 분단된 지 5년 뒤에 6․25 민족상잔이 일어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지도 30년, 그 소용돌이 속에서 남북의 통치를 함께 겪었던 곳이 민통선(민간인 통제선)지역이다. 민간인과 함께 사찰도 민족 역사의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니 철원 도피안사는 바로 그러한 사찰들의 첫머리를 장식해 왔다. 곧 6․25전쟁 전에는 북한의 통치를 받다가 휴전 이후에는 남한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부대의 관할 지역으로 묶여 있어 불자들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민통선이 북상하여 포천, 운천, 동송을 거쳐 곧바로 도피안사 주차장까지 군경의 검문 없이 단숨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철원군은 광활한 들녘을 품고 있어서 옛날부터 철원평야의 쌀이라고 하면 알아줄 만큼 비옥한 지역이다. 게다가 들판의 가운데를 구불구불 흘러가는 한탄강은 지표면을 침식해 들어간 특이한 형태의 강으로 직탕 폭포나 고석정 같은 명소를 군데군데 만들어 놓았다. 들에서 푹 꺼져들어간 강, 언덕이 없는 강이라 하면 이해가 쉬우리라.

동송읍에서 2㎞쯤 북상하여 도피안사 표지판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작은 구릉 사이로 아스팔트 도로가 뻗어 올라갔다. ‘이제 절의 입구로구나. 숲속으로 한참 더 들어가야 하겠지.’라는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곧바로 작은 암자가

나타나니 이곳이 바로 도피안사다.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낮아서 동산이나 구릉으로 부르면 제격일 듯한데 선인들이 이 산의 형세를 보고 화개산(花蓋山)이라 한 것은 너른 평야에 살며시 솟은 산, 물 속에 핀 수련의 모습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