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허몰가부(誰許沒柯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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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허몰가부(誰許沒柯斧)
  • 관리자
  • 승인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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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29]/원효성사

그 이튿날.

왕후는 만족한 표정으로 요석궁에 거동하여 요석과 단둘이 마주하고 앉았다.

“요즘 며칠간 너를 대하지 못하였구나. 어떻게 소일하였느냐?”

요석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분황사 큰스님의 초가을 옷을 짓고 있었습니다.”

공주의 말에 왕후는 순간 콧등이 시큰해진다. 오로지 원효만을 위하여 일편단심 마음 쏟는 공주가 차라리 가엽기조차 하였다.

저토록 사모하는 공주에게 원효가 와준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로되, 만일 원효가 끝내 청산에 묻혀 공주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공주는 얼마나 가여운 존재이냐 말이다.

공주는 왕후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큰스님을 지아비로 못모시더라도 스승으로만 모실 수 있다면 소녀는 만족하옵니다.”

스승과 제자로서 과연 어느만큼 위로가 되며 그로써 가슴 속의 정한(情恨)이 어느 정도 풀릴 것인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원효를 사모하는 공주는 불행한 여인이 아닐 수 없다고 여겨지는 왕후였다.

“요석아!”

한동안 딸애를 바라보다가 부른다.

“예.”

“원효대사를 기어이 모시고 싶으냐?”

“예? 어찌 갑자기 그런 말씀을?”

“네 심중을 알고 싶구나.”

“언제는 어마마마께오서 모르셨사와요?”

“글쎄 알고 있긴 하다만.”

“···.”

“너의 아바마마께서 요즘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는구나.”

“···.”

공주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않는다.

“요즘 원효대사 소식 들었느냐?”

“예, 분황사에 안 계시다나 보옵니다.”

“어떻게 알았느냐?”

“며칠 전에 침향 한 합을 마련하여 시녀를 시켜 큰스님께 보냈더니 시봉 스님이 그렇게 말씀하더라 하옵니다.”

“그 밖에 다른 소식은 듣지 못하였느냐?”

“예. 아무 소식도···.”

“그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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