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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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와의 만남
  • 관리자
  • 승인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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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전. 나는 어김없이 소중한 만남을 위하여 기대감과 두려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사형수와의 만남.

사형수! 그래 우리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사형수일 수밖에 없다. 죽음을 향한 걸음을 한시라도 늦출 수도 없고, 우리의 죽음이 언제 집행될 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우리 불자들은 생(生)과 사(死)가 둘이 아님을 분명 알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불자다운 삶을 영위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연 맺은 장기수 성연(聖淵) 거사를 만나기 위한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울 수만은 없었다. 그와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분명 숙세로부터 맺어 온 질긴 인연의 끈이 닿았음이리라.

7~8년 전 멋모르고 수원교도소로 첫발걸음을 옮겼다. 재소자들은 우리와는 뭔가 다를 것만 같은 호기심 반, 또 내가 그들과 함께 찬불가를 부를 수 있다는 설레임 반…. 좌우간 어떤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맡은 시간을 엄수해야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나갔다. 무엇보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여섯 번씩 차를 갈아타야 하는 수고로움도 잊게 해주었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키 큰 미루나무가 낯설지 않을 때쯤 나는 서울 구치소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 내가 필요하다면 어디든 기꺼이 찾아 나서자.’

그때만 해도 구치소와 교도소를 구분조차 못했을 때였다. 그 무렵 난 불광법회에서 교육도 받고 열심히 법회에 참석하면서 부처님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그러면서 기도할 때마다 겁도 없이 발원을 했다. “부처님 이 몸 쓰겠습니다. 이 몸 필요한 곳 찾아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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