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국민학교 6학년 때였다. 내 고향은 김유신 장군이 수도하고 신라 화랑들이 신심을 연마하던 단석산(斷石山)이 우뚝한 곳이며, 그 남쪽 준령의 바위틈 사이에 백석암(白石庵)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암자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곳에 이상한 괴짜 스님이 살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틈 사이에 제비집과 같은 움막을 지었으며 이곳에 그가 온 이후 주야로 목탁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남에게 달라고 하는 일이 없었으며 어쩌다 속내의라도 한 벌 생기는 날이면 시장에 가서 남에게 벗어주고는 엄동설한에도 베옷으로 지낸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말할 수 없는 힘이 있어 한번만 그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절에 가서 기도를 하면 모든 일이 성취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스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인도 이름을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았으며 또한 감히 스님의 법명을 묻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 절을 찾은 것은 어린 나이에 절박한 일이 있어서였다. 국민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아무리 애를 썼으나 백약이 무효였고 속수무책이었으므로 이 곳에 가서 기도를 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