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에서 아직 해야할 일
상태바
이생에서 아직 해야할 일
  • 관리자
  • 승인 2007.10.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나무탈 작가 소민(素民) 심이석(沈履錫)

“나이 먹어서도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올해 여든 두 살인 심이석 옹은 지금은 기력이 쇠해 잠시 작업을 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하루에 6~7시간씩 해도 꼬박 석달은 걸려야 완성될 탈작업이 남아있다.

한창 기운이 있었을 때에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탈방에서 지내며 나무로 탈을 깎았다. 탈 하나를 만드는 데 어떤 것은 3개월, 6개월, 혹은 1년이 넘게 걸리는 것도 있다.

샌님, 말뚝이, 취바리, 눈끔적이, 옴중, 먹중, 신할아비, 미얄할미···. 경상북도 안동군 하회동에 전승되던 ‘하회 별신굿탈’과 이웃 마을인 병산의 ‘병산탈’과 ‘본산대탈’등 우리의 전통 나무탈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일을 해온 심이석 옹.

하루의 일과를 대부분 자신의 탈방에서 보내는 옹은 자신이 깎아만든 탈을 탈방 벽에 쭉 걸어 놓고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게 있노라면 일레 그 탈들은 그의 친구가 된다.

말똥말똥 바라보는가 하면 눈을 껌뻑 껌뻑거리기도 하고, 때론 볼이 실룩실룩거리기도 한다. 탈 모습 하나하나를 쳐다보다 보면 1~2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은 이젠 예사 일이 된지도 오래다.

“때로는 착각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탈의 숨쉬는 소리와 제 숨소리가 하나가 되는 때가 있지요. 제 자신의 숨과 탈 숨이 같아지고, 탈의 체온과 제 자신의 체온이 같아지기도 합니다. 어느 때는 탈과 생각마저도 같아지는 착각도 합니다.”

하나의 탈을 깎으려고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토막내고 이목구비를 깎아 내려가다 보면 무슨 조화인지 나무의 얼기설기한 결들이 산 사람의 살결인 양 돋아나면서 얽히고 설킨 가운데 나무로 이룩한 생명체로 둔갑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8일부터 6월 24일 동숭동 스페이스 샘터에서 있었던 소민(素民) 심이석(沈履錫) 나무탈 초대전‘에는 삭고 부패해 사라져가는 우리의 나무탈의 생김새도 보고, 작가와 함께 나무탈 그림도 그려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