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일반 재가신도들에게 있어 교리에 근거한 종교의식(儀式)이나 이론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친근한 종교이다.

불교의 교리는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 원칙을 규명하고 인간들 개인의 삶에 있어서의 구체적인 갈등과 고민을 해결하며, 그러한 자연관, 세계관에서 우러난 분명한 지향을 표방하고 있기에, 흔히 자연스럽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혹은 부지런한 동식물의 성장에서, 온 우주의 움직임에서 우리는 불교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의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많은 종교적 사회적인 문제들은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의심없이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이것은 개인주의 내지 집단이기주의에서 생겨난 욕심과 모든 것을 하나로 보지 못하는 분파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현대에 있어 부처님의 말씀을 이 세상에 드러내 진정한 불국정토를 구현하고자 하는, 전법활동의 요체가 되는 것은 개인의 욕심이 가져다 주는 이익의 한계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모든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하나된 관점으로 철견할 수 있도록 돕는 일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기저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언뜻 생각하기에는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불자가정 만들기」라는 슬로건은 또 하나의 집단이기주의를 뜻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좀더 미욱하게 생각을 한다면 이미 온 집안식구가 불자들인 가정에서는 더 이상 해야할 일이 없이 갈등없고 문제없는 집안의 화목한 분위기를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불자가정 만들기의 진정한 의미는 타종교에 대한 불교의 집단적인 대응을 의미하는 이기주의적인 성격이 아니다. 또한 오손도손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그것을 누리겠다는 소극적인 의미만도 아닌 것이다. 불자가정 만들기는 이 세상에 충만한 진리의 목소리를 환히 밝혀내 전달하고자 하는 전법운동의 최소 단위를 만드는 것이며, 자신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 불교, 고여있거나 정체되지 않는 불교, 보다 생명력 있는 불교를 신앙하고자 하는 전법과 신앙의 주체들이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다짐인 것이다.

불교는 2천 5백여 년 전 이 땅에 나셨던 부처님과 그의 가르침과 그를 따르고자 하는 승단에 귀의하고자 하는 숭고한 의식과 선언으로 시작하는 종교이다. 하지만 그 첫 의식과 선언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지속시켜 간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또 그 첫 불법과의 인연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소중한 인연을 만들도록 하는 것, 그리고 만든 인연을 지속시켜 나가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과 삶 전반에서 수없이 다시 확인하고 다지는 여러차례의 계기를 통하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서 법문을 듣고 배운다거나 행사에 참여해 자신의 신심을 배가시키려는 노력등이 그 기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불법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어느 상황아래서도 법의 인과관계가 배어 있지 않은 일은 없다. 그렇다면 사람이 서로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살아나가는 생활의 기초단위인 가정에서,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 익히고 스스로 법다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배움과 실행을 동시에 수반하는 가장 기초적인 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한층 중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