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시심(禪心詩心)
우리의 선(禪)에 큰 변혁과 아울러 새로운 길을 여신 분은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普照國師 知訥)이시다. 그래서 우리의 선을 보조선(普照禪)이라고도 한다. 보조국사의 유집에는 문학으로 다루어져야 할 시는 없다. 다만 여러 저술이 선의 이론적 뒷받침이 되고 있다.
보조국사를 이은 수선사 제2세인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師 慧心)에게는 많은 어록과 함께 시집이 전하고 있으며, 그 양이나 내용의 풍요함은 시인으로 불리어도 손상이 없다. 참으로 성범(聖凡)을 초월하여 두 끝에 머무르지 않는(不落兩邊) 선사이시다.
어두울수록 짙푸른 오봉(五峰)의 산 빛
한 줄기 시냇물 새벽되자 거센 소리,
아침저녁 오가는 이 빛과 소리
이 맑은 노래 어느 누가 우리만 하랴.
五峰山色昏彌翠 一帶溪聲曉更高
暮去朝來聲色裡 淸歌誰得似吾曹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산사의 아침저녁이다. 시끄러운 물소리에 오히려 더 조용함을 느끼고 그것은 세속의 어떤 노래로도 맞설 수 없는 천연의 노래이다. 거기에다 병풍처럼 둘린 산봉우리들이 무대의 뒷면을 장식하여 짙푸르게 펼쳐 있다. 따라서 이 대연주회의 지휘자는 바로 이 시의 작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에서 이 대전(大全)의 진여세계는 체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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