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몇 개를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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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몇 개를 가질 수 있을까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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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정녕 우리 곁에 이미 와 있지만 항상 살아 있는 동안에도 마음의 햇볕 한번 못 받은 중생도 무척이나 많이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헤쳐 가는 바다입니다만은 여럿이서 갈 수 잇는 인해(人海)는 정녕 와 있지 않은 일은 어이 된 것입니까.
속세에 찌들지 말자고 몇 백 번 되뇌이지만 청정의 바다를 잊기만하면 금방 혼탁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는 미물의 내세는 저 언덕 끝 어디에도 뵈질 않고 있습니다.
그대의 소망 몇 그루를 언제 심을 수 있을지 모르나 진실로 진실로 일만 배이어도 좋고 삼천 배이어도 상관없으나 우리들의 해달이란 단오조차도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필칭 바라는 것 무엇 하나 있을 수도 없는 허허로운 심처(心處)에 누가 불을 놓아 화두(話頭)를 줄 수 있나요.
하오나 봄이 왔으므로 꿈을 꾸어야 한다고 소망 몇 개는 가져봄이 바람직하다고 항간에서는 얘기하나 세상일이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님이 정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한번 하오나 도세(渡世)의 차원은 이미 마음의 싸움에서 없어져 버리고 속진과 함께 때묻는 일이 편안한 삶이 되어버려 그것이 훨씬 좋은 일이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실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보이면서 희망을 갖고자 한다면 지극히 개인사적 냇가로 흘러감이 평온한 일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개인사의 본세계로 뛰어가는 황소 한 마리의 애설픈 울음소리가 선재동자의 눈 속으로 들어가 사라지면서 웃고 있습니다.
아이야 다 너의 마음을 안고서 바라보고 있으니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육신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달라지면 안 된다고 꾸짖고 있으니 나무관세음보살. 눈밭 위에 이는 뜨거운 열정의 몸부림으로 현대사의 분위기를 차갑게 식히는 게 저의 소망의 가지이기도 합니다.
천상의 음악소리야 이 지상에 없으나 흔들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형상하고자 하는 게 끝없는 바램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소리를 한데 모아 기쁨과 들뜸과 슬픔과 비참함의 몸짓을 그려서 책 한 권 분량으로 그려보겠습니다.
‘소리와 몸짓’을 위한 이 봄의 소망이 이데올로기도 끝나버린 동토의 소련 땅에도 서구에도 달려가 심로(心路)를 밟아볼까 합니다.
‘음악과 그림’ 속에서 지상의 소리를 들으면서 사무사(思無邪)의 심정으로 한참을 잊고 지냈던 ‘선(禪)’적으로 나아가는 생각의 사원인, 말씀의 본집인 시속으로 정진해갈까 합니다.
말씀으로 빚어내 법열의 구경까지가 닿는 극치속에 봄 밤은 밝히 새옵나이다.
육체와 영혼의 분리를 위하여 마음을 비워낼까 합니다.
소리와 심로와 언어의 집을 거쳐 육과 혼이 완전히 떨어져 간 공중의 새로 날아가 혼자이고 싶습니다.
몇억 광년의 거리와 시가까지도 호리병 속에 담아 ‘마음의 집 한 채“만 짓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저자에서 그대는 죽었다.
칙칙한 그물 속에서 그대는
진정으로 사라져갔다.
지상과 천상의 의미망 속으로
그대는 형체마저 분리해져 버렸다.
이제 다시 살아 날지 말라.
육신으로 태어나지 말라.
세상의 보이지 않는 소리로
천상의 보이는 꽃 몇 송이로
피어나거라.
봄밤에 듣는 개구리 몇 마리 소리
우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박주관 :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73년 문단에 데뷔하였다. 현재 광주매일 경제부 차장으로 있으며 시집 「남광주」 「몇 사람이 없어도」 「사랑을 찾기 위하여」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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