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 里 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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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 里 花
  • 관리자
  • 승인 2007.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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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지난 해 늦봄 무렵이었다. 반드시 살펴야 할 몇몇 궁금한 낱말이 있었고, 내 늘 스승으로 모시면서 다각적으로 여쭤 온 우리말 사전께  이것 저것 뒤적뒤적 묻고 있던 때였다. 그때까지의 나로서는 처음 듣는 꽃이름이자 한 낱말이 별나게 눈길을 잡아당기며 끌었었다.

  교게 이 봄 느닷없이 떠오른다. 잠잠히 잊혀졌다가  불쑥 떠오른 것이나, 단지 스쳐가는 정도 만이 아니다. 뭔지는 알 수 없다 해도, 어지간히 절실한 무엇이 되어 사뭇 못 견디게 하고 있다. 한 해가 지나도록 깊이 잠적해 있다가 갑자기 켕기듯 도진 이건 [만리화{萬里花}, Forsthia ovata}라는 갈잎 떨기 나무이며,물푸레나무과{木? 料}에 딸린다는 것.

  [만리화]의 잎들은 넓으면서도 끝이 뽀족하게 나간 달걀 모양이라 했다. 잎 가장자리는 톱니들이 둘리어져 있으며, 그런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온다는 나무이다. 3~4월 쯤 노란 꽃빛을 터내어, 그들 특유의 순금[純金} 봄을 장식한다는 것인데, 열매를 편평한 달걀 모양의 삭과{朔果}로 맺되, 10월 쯤 익는다 했다.

  내 한 번도 본 일 없는 요것에세 유별난 관심을 쏟는 것은, 아무 데서나 되는 대로 어지럽게 자란, 여느 너절한 식물 따위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명산[名山}으로 손꼽혀 온 금강산, 구월산, 설악산 등지에서도 골짜기에 깊이 숨듯이 터잡아 절로 살아가는 한국 특산 식물, 그만치 은자풍[隱者風}의 품도{品度}와 격{格}을 지녀 고아{高雅}하면서도 칫수 모르도록 도저[到底}할 듯한, 그 때문이다.

  내 마음이 심고 있는 [만리화] 한 그루, 뭔지 모를 상징으로 갈무린, [만리,萬里]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참으로 아득하여 아스라한 서정감, 그걸 아른아른 돋우어 올리는 길 아닌 길, 아닌게 아니라, 만리 머나먼 곳으로 부터 한 하늘을 열어 그리움만 일구어 내고는 아련히 헤아리도록 하는 이름, 그 [만리화]. 일컬어 마음이 [결]이라면, 이 봄 내 심사는 [만리화] 하나로 하여 무척이나 결결해 진 것이리라. 물결같다고나 할까, 바람결 같다고나 할까, 무엇으로 보나 그저 막연하다 할 뿐인 데도 그것만으로만 끝날 수 없는 마음의 길, 그래서 내 못 견디겠다며 안달하고, 거듭거듭 안달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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