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와 같이 늙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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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와 같이 늙어간다는 것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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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말은 이제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옛말이 되었다. 줄기세포 연구와 유전자 치료 등 놀라운 과학기술 개발로 인해 인간이 살 수 있는 수명이 120세에서 150세 가량으로 늘어났다. 또한 2050년쯤엔 평균수명이 90세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나긴 노후에 대한 대비 없이 인간 수명의 연장을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노후대책에 관한 실태’에 따르면 직장인 64%가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응답하여 2년 전(32%)보다 2배나 많아졌다. 20대의 49%, 30대의 65%가 이미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니 노후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하고 있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품위 유지를 하며 살기 위해선 젊어서 쉬지 않고 일해 돈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노납순(76세)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인 외손녀 지윤(12세)이와 살고 있다. 지윤이가 걸음을 뗄 무렵이었으니, 같이 산 지도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사위가 우유대리점을 하며 그럭저럭 먹고 살 만했는데, 외상으로 대준 물건 값을 떼이고 사기를 당하면서 부도를 내고 3년간 도피생활을 했어요. 그 때 딸이 지윤이 오빠 둘도 벅차니, 지윤이를 잠깐만 맡아달라고 해서 제가 데리고 있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딸과 사위의 관계는 결혼 초부터 평탄치가 않았다. 사소한 부부싸움에도 사위가 꼭 손찌검을 하는 것이었다. 사위가 도피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고부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딸의 온몸에 골병이 들 정도로 크고 작은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급기야 팔이 꺾이고 가슴뼈가 부러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딸이 맞고 하소연할 때마다 ‘여자가 참고 견디면 다 괜찮아질 것이다’며 헤어지는 걸 막았는데, 결국 3년 전에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진작 헤어졌어야 했는데 엄마 때문에 애들만 많이 낳아놓고 이게 뭐냐?’며 딸로부터 원망도 많이 들었습니다.”

사위는 1년여간 지방을 전전하다 다시 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갈 데 없는 처지인 애들 아버지가 불쌍하였는지 딸이 찾아와 지윤이와 지낼 수 있도록 부탁했다. 그렇게 사위와 함께 1년이 넘도록 살았다. 사위에게서도 열심히 살려는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퀵서비스를 한다며 오토바이를 끌고 분주히 다녔다. 생활비도 곧잘 갖다주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 불량난 옥매트를 집에 가져오기도 했다. 아마도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옥매트 등을 통신판매로 파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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