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의존자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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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의존자의 외로움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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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세상 사는 이야기 /희망의 씨앗

방배동 우면산 자락에 까리따스 알콜센타가 자리잡고 있는데, 저는 몇 년 전부터 그 곳에서 알콜 의존자들을 위한 명상 안내를 해오고 있습니다. 상대가 알콜 의존자라 생각하니 처음에는 조금 무섭기도 하고 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지요. 막상 시작하고 보니 할 만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2시간으로는 부족해서 일요일에도 그들을 일정한 장소로 모이게 하여 명상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재미없는 프로그램이었지요. 어둡고 보기 싫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든 잊고 지내고 싶은데, 기억을 떠올리게 하니 싫었던 것입니다. 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외로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답답했고 화가 났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서 ‘쉼터’ 여성들이 명상공부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쉼터는 거의 대부분 알콜 중독인 남편들 때문에 가출을 한 여성들이 임시로 거처하는 곳입니다. 명상을 끝내고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면, 대부분 기혼의 남자인 알콜 의존자들은 쉼터 여성들이 쏟아놓는 화풀이와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콜 의존자들은 하나 둘씩 빠져 나가고 오히려 뒤늦게 합류한 쉼터 여성들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알콜 의존자들과의 명상공부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습니다.

사태가 이 정도가 되고 나서야 그 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로 찾아오는 인연을 피하고자 하는 제 마음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그들을 외면하는 마음이 제 속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더욱 살펴보다 보니 문득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술 마시고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형님 앞에서 무서워 꼼짝 않고 있는 어린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억 속의 저를 계속해서 바라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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