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암 가는 길
상태바
홍련암 가는 길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현행자의 목소리

남들은 내일을 향해 휴식을 취할 이 시각에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붙잡고 님을 향해 달려간다. 수줍은 18살 새악시처럼 흥분되면서도 혹시 님에게 실망이나 주지 않을까 조심스런 마음도 겸해본다.

10월 초부터 찾아 헤매던 가을은 이제 황혼기의 노부부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가을이 가을다워졌다. 가을이 가을다워졌다는 것은 쓸쓸함과 외로움과 떨어져 있는 낙엽들의 풍성함들의 어울림이랄까? 나무에 간신히 붙어있는 낙엽과 차라리 떨어져 버려 편히 누워버린 낙엽과의 대비, 어떤 것이 더 편안할까? 처음 홍련암을 찾았을 때 눈 위의 빙판길을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엉금엉금 기던 생각이 난다. 새벽예불이 끝난 후 아무도 없는 깜깜한 길을 무서워서 겨우 겨우 걷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해가 바뀌고 또 다시 눈옷 입은 설악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언제 어느 때건 그윽한 모습과 다정한 목소리로 품에 안아 주시는 홍련암의 님은 어떤 투정을 부려도 그저 어여삐 받아주신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