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석(鐵石) 같은 바른 신심
상태바
철석(鐵石) 같은 바른 신심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광30주년 기념 연속기획 특집/1인 1수행법 갖기- 참선

처음 제가 절에 다니게 된 것은 고교 1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부산에 있는 조그마한 절이었는데 머리가 허옇게 쉰 연로하신 어른들께서 108배가 훨씬 넘는 절을 하시더니 이어서 각자 좌복을 깔고는 서너 시간을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 상식으로는 절에 가면 부처님께 그저 복이나 명을 비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처음 보는 이러한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좌복 위에 앉아 있는 것이 참선, 즉 좌선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업을 마치면 절에 가서 저도 어른들처럼 절을 300배씩 하고는 좌복 위에 앉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형편에 맞게 하였습니다. 그러기를 한 1년 정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루는 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는데, 칠판의 판서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다가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칠판의 내용이 다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실 천장의 모습과 천장에서 내려다보이는 교실의 모습, 제 뒤의 친구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나 양 옆의 친구들 모습까지, 그야말로 교실 안의 모든 현상들이 동시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동전의 모습까지도 환하게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장소에 관계없이 여러 번 그러한 현상을 겪었지만, 그 때는 당연히 그런 것인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즈음, 출가는 아니지만 제가 다니던 절에서 학교를 다니기로 하고 스님을 모시며 나름대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서야 제가 있는 곳이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도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절에 다니기 시작 할 때부터 삼천배 참회기도와 아비라기도, 능엄주 독송 등 당시 백련암에서 하고 있는 수행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수행이랍시고 하면서 남들에게 백련암도 알리고, 성철 큰스님 이야기도 하면서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당시 웬만한 부처님 말씀이나 불교에 관한 내용은 자신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참선이나 화두에 관한 것이라면 도통 아는 것이 없었고 결국 제대로 참선에 관해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백련암에서 삼천배를 하고 ‘심전(心傳)’이라는 불명과 ‘마삼근(麻三斤, 부처님을 물었는데 어째서 삼서근이라 했는고?) 화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교시절 교실에서의 그러한 현상들은 화두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병통(病痛)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간절히 화두에만 전념하면 그러한 환몽(幻夢)이나 경계(境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스승은 바른 길만 일러줄 뿐이지 공부가 되고 안 되고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하셨습니다. 제 자신의 참선 정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화두에 몰입하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제대로 되질 않았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퇴보(退步)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정진에 대한 열의도 식어졌습니다. 열심히 정진도 안 하고, 그렇다고 아예 정진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다 성철 큰스님의 열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