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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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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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눈이 부시게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던 여름 한낮,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길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느 정도 무기력해 보였고, 반면에 어느 정도 평화로워 보이기도 했다.

체감경기가 극도로 안 좋은 이 때, 우리나라의 부자 증가율은 세계 3위라고 한다. 지구촌 한 쪽에선 끊임없이 폭탄 테러가 자행되고, 또 다른 한 쪽에선 유럽선수권 축구대회 ‘유로 2004’에 열광하고 있다. 도무지 요지경 세상이다.

한편 아무리 아파도 아픔을 토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저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김규임(46세) 씨에게 암흑 같은 외로움이 찾아든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1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 2살 터울의 남매를 낳았다. 아이들 건강하게 잘 키우며 오순도순 사는 것이 인생의 행복인 줄 알았다. 결혼 10년째 되던 해 남편의 행동이 이상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다. 잦은 부부싸움으로 고통스런 날들이 이어졌다. 남편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이혼하게 되었고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그 여자에게로 갔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철저히 홀로 남겨진 것이다. 아이들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서, 자신의 처지가 비참할 정도로 초라해서 눈물 없이 잠드는 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를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어요. 오직 아이들 생각뿐, 삶에 미련이 없었어요. 아이들이 크면 언젠가 내게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하루하루 버텨온 것 같아요.”

전혀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 혼자 몸으로는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았다.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식당일이었다. 그나마 식당에서 바쁘게 일하다보니 잡생각도 덜 나고 어찌어찌 시간도 흘러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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