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 안 걸렸어요?”
육식(肉食, 육류 및 어류 일체)과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친구는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물어오곤 하였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거란 염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양실조에 대한 염려는 그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친분 있는 분들이나 부모형제는 물론이거니와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염려의 대상이 되었고, 꼭 육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교육받아야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말은 “정말 멸치도 안 먹어요? 골다공증 걸릴 텐데…. 우유는요?” 하는 질문이었고, 나는 일관되게 “전 부처님을 믿어요.”라는 대답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언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말들이 모두 필요 없게 되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데다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보살계를 받다 보면 계사스님께서는 불살생(不殺生)·불투도(不偸盜)·불사음(不邪淫)·불망어(不妄語)·불음주(不飮酒)의 오계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고 적어도 불자라면 이 다섯 가지를 꼭 지키라고 강조하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자들은 불살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쉽게 수긍하면서도 음식에 이르러서는 받아들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교 경전을 읽거나 역대 조사스님들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한결같이, “어차피 내가 죽이지 않은 이상 동물을 먹건 식물을 먹건 모두 남의 몸이라면 남의 몸이고 내 몸이라면 또한 모두 내 몸인데 굳이 동·식물을 가려야 할 이유가 뭐람?” 하고 속에서 항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에게까지 동의를 구하면서 살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홀연히 나를 깨는 계기가 찾아왔다.
꼭 5년 전 박사논문을 쓰면서『원통불법(圓通佛法)의 요체』를 읽은 것이 인연이 되어 첫 친견 이후로부터 14년 여만에 나는 청화 큰스님을 다시 찾아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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