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불편한 두 부녀(父女)]
저는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휴일인 어제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사이로,
세 사람이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조심스레 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맨 앞에 안경 쓴 젊은이가 자신의 팔을 잡은
눈이 불편한 50 대로 보이는 남자 분을 조심스레 이끌고 있었으며,
그 뒤로 이제 막 20 대 초반으로 보이는,
화장을 곱게 하고 스커트 정장을 한 아리따운 숙녀 한 분이
아버지로 보이는 그 50 대 분의 손을 뒤에서 잡고 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하! 저 나이 든 분이 아버지이시고, 뒤의 숙녀 분은 딸인데
앞에 선 젊은이와 함께 눈이 잘 안 보이는 아버지를 모시고 기차 나들이 길에 나섰구나...
참 훌륭한 따님이시다...
그리고 흐뭇한 마음으로 세 분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까지 조심스럽지만 그런대로 별 장애없이 잘 가던 분들이
문제가 생긴 것은 그 분들이 개찰구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갑자기 숙녀 분이 개찰구에 마련된 장애물에 덜컥 부딪혀 넘어질 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매우 놀란 듯 아버지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손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 숙녀가 왜 저기 부딪혔을까 의아했습니다(건강한 사람이면 부딪힐 리가 없으니).
그 때 당황하는 숙녀의 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는데,
아! 그 숙녀도 알고 보니, 아버지와 똑같은 눈이 불편한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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