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울고 가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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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울고 가는 사연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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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4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 방송되고 있는 시트콤 ‘논스톱4’에서 한 고시생이 놀기 좋아하는 룸메이트에게 매일같이 외쳐대는 대사다. 비록 코믹한 요소가 있지만, 이 말은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10월 말 열린 ‘실버 취업박람회’에는 약 3만1천여 명의 노인들이 몰려 청년실업 못지않은 노인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박운백(81세) 할머니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여든이 넘은 연세도 문제지만 신장에 물이 차는 수신증(水腎症)을 앓고 있어 거동조차 불편한 상태다.

“신장에 물이 고여 있어 4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어요. 그 놈의 병이 이따금씩 오줌보가 터져나갈 것 같고 속에서 열이 펄펄 나는 게, 온 몸이 가렵고 어질어질해 어쩌지를 못하겠어요. 몸이 갈 때가 됐는지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를 않아요. 마지막 병원비가 130만원이 나왔는데, 이제 병원비가 무서워 병원에도 못 가겠습디다. 지금처럼 먹고 살기 힘든 때에 자식들 사정도 뻔한데, 그만 짐이 되고 어서 하루 빨리 영감 뒤나 따라가야지요.” 할머니와 재작년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는 강원도 금화가 고향인 이북출신의 실향민이다. 1·4후퇴 때 피난 내려와 생면부지의 낯선 땅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네 자녀(1남 3녀)를 키웠다. 돌아가실 당시 80세이시던 할아버지는 위암으로 자리에 눕기까지도 연립주택의 경비 일을 하며 평생을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오셨다고 한다.

“6개월간 투병을 하면서 꼬챙이처럼 말라가는데 불쌍해서 차마 볼 수가 없습디다. 가는 날까지 고향을 그리워하며 북에 두고 온 시어머니와 큰딸을 못 잊어했지요. 전쟁이 나면서 집이 폭격 당해 산 속 방공호에 피신해 있는데, 빨갱이 우두머리였던 시누 남편이 빨리 애들 데리고 남으로 가라고 합디다. 시어머니가 돌림병에 걸려 꼼짝을 할 수 없었기에 못 가겠다고 하니, 시어머니는 자신이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데요. 그래서 그 즉시 길을 떠나려는데, 태어나면서 할머니 곁을 한시도 안 떨어졌던 큰딸애가 할머니와 남겠다고 해서 생이별을 하게 된 거지요.”

청상과부였던 시어머니와 10살 귀여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큰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솟구치는지 할머니의 손이 자주 눈가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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