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조가 우선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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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조가 우선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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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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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번 생에 나의 일

생에 내가 할 일

확실하지는 않지만 61년 정월 보름 해제 때인 듯싶은데 가장 춥기로 소문난 삼척 영은사에서 겨울을 나고 해제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점심공양을 하고 약 30여 대중이 큰방에서 함께 차를 마시다가 어떤 스님이 대중을 향해 말하기를 만약에 내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느냐고 물었다.

방안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한사람씩 자기 소견이 담긴 내세의 꿈을 털어놓았다. 내세에 반드시 성불하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통치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차라리 내세에는 미물이 되어 근심 걱정 없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고도 했다.

장난끼가 섞인 대답이었으나 은연 중에 자신의 포부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한 스님이 부질없는 허론(戱論)을 왜하느냐고 한마디 하자 머쓱해하면서 일단 차 마시는 시간이 다 되어 각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자기 자리로 돌아간 대중들은 내심으로 내세에 대한 관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더욱 더 심각해지는 분위기가 계속되다가 보름 해제날이 되었다.

해제날 아침. 당시 영은사는 3년 결사 중이었으므로 절을 떠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모처럼 모두 모여 성불도 놀이를 하고 나서 너나 없이 내세에 대한 것이 모두 화두가 되어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내세관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게 토론하듯 하였다.

내세에는 성불하고 싶다. 통치자가 되고 싶다. 남자는 여자가 되보고 싶다. 여자는 남자가 되보고 싶다는 등 며칠 전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까닭을 말하는 데는 목적이 분명하였다. 이미 며칠 전의 모습이 아니고 훨씬 성숙한 자세였다.

내세가 금생을 떠나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금생을 고찰해야 하고 금생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면 바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반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에게 내생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전생이 있어야 하고 전생과 금생과 내생을 오가는 나의 실체에 대한 인식에 한 소견이 나지 않는다면 내세에 대한 모든 말이 허론(戱論)에 불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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