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고향이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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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향이 어디냐?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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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역에서 서울로 가는 완행열차를 탔다. 지금으로부터 그러니까 36년 전인가 12월 24일의 일이다. 곳곳에 성탄절을 알리는 장식이 보이고 성탄절 캐롤이 들리고 있었다.

부산에서도 영하의 추위였지만 일용잡화를 담은 2개의 가방을 들고 눈이 하얗게 내린 서울역에 내리니 세찬 바람과 추위는 어찌나 매서운지 남녘에서만 살아 고향을 떠나 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어 물어 눈으로 덮인 뚝섬공원의 도선장에 도착하여 뗏목 같은 큰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온 것이다. 말로만 듣던 봉은사로 광덕 스님을 뵈러 가는 길인데 한강을 건넜지만 겨울 산자락을 돌아가는 굽이길에 불어대는 북녘 들바람인가 강바람인가 만만치가 않았다.

내가 1개월 여 동안 범어사로 들어가 생활하면서 출가에 대한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는 그 때 몸이 불편하신 나이 많은 처사님(뒤에 광덕 스님 외삼촌임을 알았다)으로부터 광덕 스님에 대한 말씀을 듣고 그 처사님이 써 주신 소개장을 가지고 스님을 찾아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소개장을 내밀고 처음 뵙는 광덕 스님은 겨울 햇살을 받아 빛나는 오래된 법당의 나무바닥 같은 맑음과 고결함이 느껴졌다.

삼배를 드리고 앉으니 느닷없이 “너의 고향이 어디냐?” 하신다. “예, 경남 김해이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원주스님(지금 서울 대각사 주지스님이신 흥교 스님)을 부르시어 “데리고 가서 후원에 일 시켜라.”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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