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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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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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지난 겨울이었다. 그 때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난 뒤라 수험생들이 시험성적에 따라 대학진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그런 시기였다. 여학생 하나가 대학진학에 대하여 심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 어머니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가 상담을 하겠다고 절에 찾아왔다.

“스님, 저 어떻게 해요. 그만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하면서 이내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 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란 별로 없었다. 그저 그 학생이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것밖에.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 나는, “지금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는 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를 않느냐. 그런데 만약 학생이 나에게 이야기 하듯이 어머니에게도 자세하게 학생의 생각을 이야기해 본 일이 있느냐?”

“우리 어머니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해요.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 아마 기절할 거예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를 부모와 형제, 즉 가족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마음에 있는 말을 주고 받지 못하는 수가 많다. 오늘 돌아가서 어머니와 조용히 대화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어디 근사한 찻집 같은 곳에 가서 분위기를 잡고 하면 더욱 좋겠지. 더도 덜도 말고 지금 나한테 한 이야기대로만 하면 어머니는 너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줄 것이다. 아니 너는 아마 이 세상에서 역시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분은 우리 어머니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겨울이 더욱 깊어지고 날씨도 더욱 많이 추워졌다. 그런 어느 날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누가 예쁜 포장지에 잘 포장한 선물을 놓고 갔다. 풀어보니 작은 쪽지에 편지 하나와 털이 보송보송한 털실목도리가 들어 있었다.

“스님, 어머니와는 이야기가 잘 되어 내 생각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스님 가르침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하는 메모와 같이.

나는 별로 털실목도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지난 겨울에는 그 털실목도리를 가끔씩 하며 지냈다. 그리고 그 목도리를 할 때마다 마음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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