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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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들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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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날이 추워지면서 거리의 사람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분주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겨울, 없는 이들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혹독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수은주가 떨어질수록 훈훈한 인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세밑 온정이 그리운 때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공상과학영화 ‘백 투 더 퓨처’로 널리 알려진 미국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파킨스씨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병은 인종에 관계없이 전 세계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발병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16년 전부터 이 병을 앓으며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낸 서윤숙(65세)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손님이 온다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있던 할머니는 한눈에도 파키슨씨병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증상이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파키슨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부족으로 생기는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져 무표정한 얼굴, 보행장애, 말 더듬는 증세 등이 나타나며, 운동장애가 극심해져 결국 꼼짝도 할 수 없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할머니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병의 증세가 나타나던 당시 상황을 힘겹게 풀어놨다.

“부산에 있을 때였지요. 큰 배들이 만들어져 나오면 그 위에 페인트 칠하는 일을 했어요. 페인트가 화학물질이라 그 독성이 어찌나 강한지 마스크를 써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일을 하다가도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럼증과 두통에 시달리곤 했지요. 하루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옆의 아주머니가 ‘왜 발을 질질 끌며 걷느냐’는 거예요. 그 이후로 점점 발에 힘이 없어져 운동화가 벗겨지기도 하고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어요. 왈칵 겁이 나서 병원에 가봤지만, 그 곳에서도 어떤 병인지 몰라 손을 쓸 수가 없었지요.”

할머니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이 세 살 때였다. 평소 혈압이 높아 술을 잘 안 하던 남편이 그 날따라 술을 한 잔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다. 요의가 급했던지 새벽에 일어난 남편이 화장실에 갔다가 지병인 혈압으로 쓰러졌다. ‘쿵’ 하는 소리에 놀라 달려가 보니 남편이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의사가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다쳐 올 수가 없다고 한다. 할머니는 혼자서 어떻게든 남편을 살려보려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애를 써봤지만 이미 남편은 숨이 끊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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