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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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노년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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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서서히 두터운 옷을 준비하고 난방기구도 점검해 보는 시기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90세에 이른다고 한다. 노후의 경제적인 안정도 중요하지만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저기 거리에 뒹구는 낙엽처럼 외따로 떨어져 홀로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하혜연(72세)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뱀이 또아리를 틀듯 웅크리고 앉은 할머니는 잔뜩 긴장한 채로 세상을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어렵게 말문을 연 할머니는 지나온 세월이 너무도 허망하다며, 한풀이를 하듯 지나온 삶의 역정을 쉼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경남 김해의 산골에서 태어나 외부 세계와는 차단된 채, 낮에는 밭 매고 저녁에는 바느질 하는 삶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던 중 6·25전쟁이 터지면서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 6년 전에 돌아가신 김종두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서울로 이사를 와서 할아버지가 일용직 노동을 해서 근근이 살아오다가 삶이 완전히 뒤바뀌는 사건이 있었다. 첫 애를 낳고 10년이 넘게 하혈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를 받았으나 병명은 물론 원인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민간요법은 물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고쳐보려 했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진맥을 짚어보더니 대뜸, 태어난 대로 살아야 한다며 약을 몇 첩 지어주었다. 그 약을 정성스럽게 달여 먹자 하혈이 신기하게도 멈췄고, 곧바로 신기가 내렸다. 그 이후로 할머니는 무당의 삶을 살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동네 청소를 도맡아 할 정도로 남들에게는 둘도 없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할머니에게는 매우 엄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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