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가 집인 수인심(修仁心, 64세, 해운정사 신도) 보살님은 이른 새벽 집안 일을 마치고, 아침 7시 30분경이면 어김없이 연산동 로터리에 있는 부산시립의료원 법당에 도착한다. 여섯 평 남짓 법당은 행려환자들이 있는 병동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1997년 음력 4월 5일 바라밀포교원의 효종 스님 원력에 의해 마련된 이 법당에서 수인심 보살님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도 5년째가 된다.
법당에 모셔진 지장보살님께 삼배를 올리고 1층에서 6층까지 병동을 돌며 불교 책자를 꽂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하루일과. 저녁 6~7시경까지 잠시도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한 달에 이틀 정도를 쉬는 것 이외에는 매일 아침 일찍 법당에 출근하여 병동을 돌며 환자들의 손발이 되어주시고 계시다.
그 동안은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막내아들이 대학에 들어가자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아들만 넷을 둔 데다가 현재 대학교 3학년인 늦둥이 막내아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산시립병원은 주로 보호자가 없는 생활보호대상자와 행려병자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봉사자의 손길이 여느 병원보다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법당 옆 행려병동엔 오갈 데 없는 환자들만 해도 70여 명이 병상에 누워 있다. 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알콜중독 등으로 고생하며 거리를 떠돌다가 만신창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실려오는 곳이 바로 이곳 시립의료원 행려병동이다.
병원 뒤켠 영안실 옆에 자리잡은 행려병동은 마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수용시설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 아니다. 낡을 대로 낡은 좁은 병실마다 7~8개의 병상에는 신음하는 환자들로 가득하다.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살이라고는 전혀 없이 바싹 마른 몸에 배만 불룩 나온 사람. 욕창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 산소호흡기를 달고 숨만 헐떡이는 사람…. 대소변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사람의 몰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인데다가 몸에서 나는 악취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곳 행려병동 앞을 지날 때면 코를 막고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3년 전 수인심 보살님이 이 곳 법당에 오시면서부터 그 냄새가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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