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서 온 사나이
상태바
달동네에서 온 사나이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징검다리

일전에 이 곳 보스톤 출신의 ‘조셉 모클리(Joseph Moakley)’라는 국회의원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한동안 TV에서 그의 정치적 업적을 비롯한 재미있는 일화들을 집중 보도 했으며 장래식에는 클린턴과 부시 등 전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을 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사망을 애도하는 보스톤 시민들이 줄을 이었고 평소에 그가 살던 집 앞에는 이웃사람들이 갖다놓은 꽃다발이 보였다. 그는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암진단을 받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해주기를 바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a guy from housing project”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우징 프라젝트는 우리말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영주택단지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슨 대단한 정치인이나 유명한 사회인사로서가 아니라 그냥 달동네에서 온 한 사나이 정도로 기억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곳 보스톤에서 남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낮고 주변환경도 좋지 못하므로 사람들에게는 범죄율이 높고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당연히 교육환경도 열악하므로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가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그만큼 희박하다는 인식들이다.

그런데 조셉 모클리 의원이 바로 보스톤 남부지역 출신이다. 그는 성공한 이후에도 자신이 성장한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 TV에 비춰지는 그의 집은 보기에도 가난한 동네의 그냥 평범한 집이라 도저히 부와 명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는 집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소위 보스톤에서 ‘어느 지역’ 하면 사람들이 금방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알아주는 곳으로 이사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더욱 존경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것 같다.

나는 조셉 모클리 의원의 삶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나는 일들이 있었다. 우선, 수년 전 LA 한인촌에서 일어난 흑인폭동사건이 떠올랐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흑인들을 상대로 돈을 번 많은 한인 교포들이 부자동네에 큰 집을 사고 돈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과 흑인들로부터 벌어들이면서 그들을 무시한 나머지 심지어 어떤 가게주인은 거스름 돈을 건네주는 데 흑인들과 손닿는 것조차 싫어한다는 것이다.

또 달리 생각나는 일은 이 곳 미국에 자녀들을 유학시킨 한국 부모들 가운데 일부 모습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엄청난 외화를 들여서 아이들을 유학시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아이가 어떤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냥 미국유학을 시킨다는 외적인 체면과 자랑거리에 만족한다. 그러한 부모들의 특징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둘러보고 자랑스러워하거나 사진을 찍기보다는 자기아이가 다니지도 않는 하버드대학을 구경하고 그 앞에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은 보스톤 시내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고 터무니없이 많은 팁을 내는가 하면 조그마한 한국음식점에 들러서는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만들어 오게까지 하면서도 기본에도 부족한 팁을 놓고가기가 일쑤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