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공부에 있어서 스승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혜봉 스승은 마음공부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비유하자면 길 모르는 사람이 그 길을 갈 때에 법(法)은 나침반이나 표지판, 또는 안내 지도 같고 어두울 때는 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다면 스승은 나침반과 표지판과 안내 지도를 환히 다 알고, 또 길 자체를 알아서 언제든지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안내자 같고 그 길을 함께 가줄 수 있는 참된 벗과 같습니다. 아울러서 그 분이 깨달은 바가 분명하다면 부처님과 다르지 않고 법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분명하고 확신이 들 때에는 이 길이 바른 길인지 아닌지를 먼저 그 길을 가 본 사람을 찾아가서 묻고 확인을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확신이 들면 들수록 묻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법이 맞는지 틀리는지 의심해서 확인하는 것과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화두 공부하는 분들은 더욱더 그러해야 합니다. 그래야 삿된 길을 가지 않고 바른 길로 가게 됩니다. 공부인들이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확신으로 상대와 겨루거나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거나 자신이 공부한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선지식을 찾아다닌다면 이것은 이미 아만이라는 크나큰 마구니에 끌려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자기 동료에게도 자신의 공부를 자랑하는 것도 예외는 아닙니다.

▶ 자신이 공부한 바와 스승이 일러주는 것과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혜봉 그것은 물론 스승이 일러주는 바대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도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하셨는데 그 스승이 인정할 때까지 공부를 했지요.

그런데 그 스승이 생사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일러주지 않기 때문에 떠나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것은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지식을 찾아가 보면 그 분이 가르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즉 생사해탈에 있는지, 깊은 선정이나 신통에 있는지, 어떤 능력이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는지가 분명합니다.

따라서 공부의 궁극은 생사해탈에 있으며 태어남이 없는 진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 선생님은 어떠하셨어요?

혜봉 회암사에서 일주일간 공부한 이후로는 생사문제를 간절히 참구했으며 그 이후로는 저도 역시 여러 선지식들을 두루 참문(參問)했지요.

▶ 스승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요.

혜봉 스스로 공부해서 분명한데 스승을 만나지 못하거나 스승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할 때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을 보거나 역대 조사님들의 어록을 보세요. 그러면 궁금한 바가 다 풀리게 됩니다. 그래도 부족할 때는 아직 공부가 부족한 줄 알고 간절히 참구하세요. 공부가 부족할 때는 경전을 봐도 스승의 가르침을 들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