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再起)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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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再起)의 쉼터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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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봄을 축복하며 봉우리를 터트렸던 개나리, 벚꽃의 자리를 이제 싱그로운 신록(新綠)이 푸른 향기를 펼치며 차지하고 있다. 이 좋은 계절에 부처님 오신 날을 비롯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되돌아보는 가정의 달, 5월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도 힘든 생활고에 찌들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을 느낄 수 없는 분들이 많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소개로 구로복지관을 찾아 이귀혜(34세) 씨를 만났다.

이귀혜 씨는 두 딸〔지은(13세), 예은(5세)〕과 함께 지난 2월 6일부터 구로복지관 부설 ‘희망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구로공단 근처에 위치한 희망의 집은 생활 능력이 없는 가족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가족 쉼터로서, 현재 6가족 16명이 입소해 있다.

8년 전, 이귀혜 씨 부부는 장미빛 꿈을 안고 서울 강남의 삼성동에 50평짜리 부대찌개 전문점을 차렸다. 열심히 하는 만큼 장사도 잘 되어 탄탄대로의 미래가 보장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불행의 씨앗이 날아와 모든 희망을 덮쳐버리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IMF가 터지면서 손님이 줄더니, 갑자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워낙 커다란 경제 한파라 순식간에 모든 걸 잃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 되었다. 원래 여기저기서 빌린 돈으로 장사를 시작한 터라 어떻게 손써볼 도리가 없었다. 빌린 돈 중에는 사채업자의 돈도 있어 이자도 엄청 불어나게 되었다. 가게는 물론 살던 아파트도 처분했지만 아직도 빚이 3억에 달한다.

“남편이 구속되어 2달간 구치소에 있을 때, 사채업자들이 찾아올까봐 밤에도 불을 켜지 못하고 아이들과 쥐죽은 듯이 있었지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어요. 너무 무서워 두 아이를 껴안고 소리죽여 많이 울었습니다.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결국 이귀혜 씨 가족은 사채업자들을 피해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큰애 지은이는 실직가정의 자녀를 임시 보호하는 어린이 쉼터 ‘선재의 집’에 맡기고, 둘째 예은이는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로 데리고 가 소형 승합차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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