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명상(話頭冥想)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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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명상(話頭冥想)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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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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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수행법

▶선생님 참구해서 꼭 깨달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혜봉 왜 그와 같은 질문을 하지요.

▶저는 ‘지금 이대로가 행복한데 깨달아야 할 이유가 뭐 있는가? 복이나 지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혜봉 그 행복이라는 게 뭐죠? 가정에 아무 일이 없고 회사 일이 잘 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고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 말인가요.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저는 뭐든지 잘 되고 화날 일도 없고 고민될 게 없어요.

혜봉 정말 그런가요. 아이들이 갑자기 교통사고 일어나서 사경을 헤매거나 불구가 되어도 행복하고, 회사에 불이 나서 사업이 망해도 행복한가요. 자신이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다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거나 불구가 되어도 행복하고, 누군가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해도 행복한가요.

▶아니요.

혜봉 정말로 아니라고 한다면 자신과 자신의 삶을 잘 살펴보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그 행복이라는 것을 잘 봐야 합니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우리가 행복하다고 하는 삶도 사라지게 될 때가 되면 다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없습니다. 잘 나가고 행복할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때임을 알아야 합니다.
호시절이 지나가면 즉시 파란과 곡절이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공부도 때가 왔을 때 해야 합니다. 정신이 혼미하고 미해졌을 때는 이미 늦습니다. 오늘 죽을 지 내일 죽을 지도 모르면서 어찌 행복하다 하겠습니까? 또, 복이나 지으면 된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가지고 ‘복 짓는다’ 하는지요?

▶배고픈 사람을 위해 보시를 하고 수행하는 사람들께 공양을 올리고 어렵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 같은 겁니다.

혜봉 그와 같은 일을 행한다면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대다수 교회나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복을 빌고 복을 받으려고 다니는데, 교회나 절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복을 짓는다면 참으로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이것은 또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권장할 일입니다. 복을 지으면 지을수록 지은 대로 받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됩니다. 앞에서 말한 복도 분명 복은 복이지만 영원한 복은 아닙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할 때 베푼 사람은 베푼 대로 기쁘고 받은 사람은 받은 대로 감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는 자신이 왜 배고픈 인생을 사는 지, 자신이 사람들을 돕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지를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때가 되면 둘 다 이 세상을 하직합니다.
또한 평생을 절에 가서 공양 올리고 수행자를 시봉한 사람도 공양 올리고 시봉만 했지, 법이 뭔지 참 자기가 뭔지 생사(生死)가 뭔지 모르고 있다가, 죽을 때가 되면 살던 일에 집착하고 연연하며 죽음 앞에 당황하고 미혹해져서 헤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미혹한 대로 따라가거나 끌려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살아서도 분명하고 죽어서도 분명한 진리와 참 자기를 깨닫는다면 생사 가운데에서도 분명해서 미혹함이 없기 때문에 참 자기와 진리를 깨닫는 일은 영원한 복이 되며, 또 타인을 깨닫게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것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복입니다. 따라서 진짜 복을 지으려면 열심히 닦고 참구하여 참다운 자기를 깨닫고 또 타인이 깨달을 수 있게 돕는 일입니다.

▶선생님, 그런데 많은 분들 중에서는 깨달았다고 하면서, 오직 깨닫기만 강조하며 세상의 부조리한 일들을 그냥 놔두는데,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일들입니까?

혜봉 부조리한 일들이라는 것은 어떠한 일입니까?

▶이 나라 정치인들을 보면 많은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고 정쟁만 일삼으면서 국민들은 내팽개쳐 놓고 있습니다. 이것을 그냥 놔두면 나라가 엉망이 될텐데, 그들을 그냥 놔두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깨닫는다 해서 그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나요?
또 어떤 강도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성폭행하고 한 가정을 파괴하고 유린했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도 그 남편이 해야 할 일은 진리만 참구하고 그 강도를 그냥 놔두어야 하는지요.

혜봉 누가 그냥 놔둡니까?

▶깨달았다고 하는 분들 중에서 깨달음만 강조하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깨닫는 것이 사람이 해야 할 일 중에서 최상의 일이라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왜 해결이 되질 않습니까?

혜봉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강도에게 강간을 당한 분이나 강간을 당한 분의 남편과 그 가족들이 육신은 때가 되면 썩어서 없어질 것임을 깨닫고, 육신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고 육신은 참다운 내가 아님을 깨달아 육신으로부터 해탈했다면, 강간을 당했다 해서 가정이 파괴되겠습니까?

▶그래도 순결을 잃었지 않습니까?

혜봉 순결이라, 다시 묻겠습니다. 남편하고 부부관계를 맺으면 순결하고 남편이 아닌 사람하고 관계를 가지면 더럽다 하는데, 더럽다 깨끗하다 함이 어디에 있습니까? 남·여 성기에 깨끗하다 더럽다 하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혜봉 그러면 성행위에 깨끗하다 더럽다 하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혜봉 그렇다면 성기에도 없고 행위에도 더럽고 깨끗함이 없다면, 어디에 더럽고 깨끗함이 있습니까?

▶( … 침묵)

혜봉 더럽고 깨끗한 것이 정말 어디에 있는지를 참구해서 깨달아야 합니다. 또 묻겠습니다. 간음과 강간은 차이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강간은 한 쪽이 상대의 의사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간음은 두 사람이 쌍방 합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지만 둘 다 사회의 지탄을 받습니다.

혜봉 예수님께서는 간음한 여자에게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지라 했는데 아무도 던지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 가운데에서도 간음한 사람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과거에도 지금도 아무런 허물이 없는 분들이 있으면 손 들어 보세요.

▶(… 침묵)

혜봉 또 강간한 사람들에게도 돌을 던질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돌을 던져 보세요. 이것은 돌을 던질 수 있다 해도 방망이감이요, 돌을 던질 수 없다 해도 방망이감입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에게도 마찬가지요, 부도덕한 기업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사람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지 참구해 보세요. 또한 정치모리배나 부도덕한 기업인이나 강도질하고 강간이나 일삼는 사람들을 그냥 외면하고 놓아두는 행위가 정말 바른 일인지, 깨달은 사람이 그와 같다면 정말로 깨달았다고 할 수 있는 지 참구해 보세요.
만약 이와 같은 중생의 부조리한 현실을 그냥 두고 깨달음만 주장하고 있다면, 이 또한 깨달음에 묶여 있는 것이며, 중생의 아픔을 외면한 자비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혜봉 예수님은 진리를 설하시다가 모함 받아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저들이 몰라서 저러는구나’ 하고,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도 다 용서하고 자신을 등지고 팔아먹고 모른다고 한 제자들에게도 한 마디 원망 없이 그냥 죽음을 다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죽기 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없다. 나는 내가 온 곳도 알고 갈 곳도 안다. 이 육신은 썩어 없어지는 것이며, 나는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는다.”
이 영원히 죽지 않는 참 자기를 알고, 육신은 썩어 없어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도 역시 과거 수행 당시 가리 왕이 오해하여 온 사지를 절단해서 죽였을 때에도 내 몸이라는 생각, 나라는 생각이 없어서 가리 왕에 대해서 아무런 분노나 원망이 없었습니다. 또 원망하고 분노한다고 해서 이미 일어난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을 욕하고 강도를 감옥에 넣었다 해서, 이미 거짓말을 하고 있고 강간하던 일이 그 자리에서 당장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죽을 일이 다가왔을 때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해서, 죽을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의 실체를 참으로 깨달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일체의 시비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혜봉 그것뿐입니까?

▶강도질하고 강간하는 사람들과 사기치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제도하여,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다시는 하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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