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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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숯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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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교실

스님 들이 입으시는 승복은 잿빛이다. 잿빛은 흑색과 백색의 중간이다. 소설가 김성동은 잿빛은 가장 절망적인 색깔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절망을 통해서 희망은 탄생되는 것이다. 절망이 없는 희망, 희망이 없는 절망은 존재할 수 없다. 검은 색과 하얀 색을 섞을 때 잿빛이 나온다. 스님들이 입는 잿빛 승복은 절망(black)에서 희망(white)으로 나아가는 빛깔로 해석하고 싶다.

재 이야기를 해보자.

야외에서 음식을 만들고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팬을 닦으려니 비누가 없다. 그러면 주위에 있는 휴지를 모아 태워 그 재를 이용해 설겆이를 해보자. 혹은 기름이 많이 묻은 접시를 닦을 때 담뱃재를 털어 넣고 접시 안 구석구석을 문질러보자. 그리고 물에 헹구고 접시면을 문질러보면 ‘뽀드득’ 하는 경쾌한 음이 들린다. 어렴풋이 잿물의 원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신 분들은 알겠지만 옛날 어머니들은 잿물빨래를 하였다. 잿물은 바로 불기가 사라진 재를 물을 부어 걸렀을 때 나온 물이다. 이러한 잿물의 추억도 양잿물(가성소다)이 들어간 서양식 세탁비누가 생기면서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간 것이다. 여기서는 다만 우리 어머니들이 잿물을 사용했던 그 지혜의 한 자락을 음미하고자 할 뿐이다.

잿물의 어떠한 성정(性情)을 이용해서 빨래를 한 것일까? 우리 마음의 고향 쇠죽 쑤는 외양간으로 가보자. 여물을 쑤고 난방을 하기 위해서 불을 때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은 취사용과 난방용은 엄격히 독립되어 따로 쓰인다. 그러나 당시에는 난방과 취사를 겸하는 아궁이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가까운 산에서 들에서 곡식을 추수하고 난 부산물로 난방과 취사문제를 겸하였다. 이런 삶이 불편하기는 했겠지만 궁한 것이었을까? 그 시절에는 환경문제가 없었다. 쌀 한 톨 버리지 않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 오늘날 산적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할 답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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