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나태함에 빠져 수행을 게을리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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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나태함에 빠져 수행을 게을리 하겠는가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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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법석/균여대사

균여 대사는 통일 신라가 멸망하고 후삼국의 혼란기를 거쳐 고려가 태동하던 혼란기 무렵 해동 불교학의 정맥을 이은 분이다.

대사가 태어난 시기는 고려 왕권의 강화와 지방 호족을 중심으로 하는 선불교 융성으로 대표되던 시기였다. 고려 초기의 지방 호족들은 통일 신라의 안정된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정립되었던 교학 대신 절대 왕권의 부정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선불교를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신라말 고려초의 구산선문 개창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는데, 대사는 그 혼란기에 해동 화엄학의 맥을 이어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분이다. 대사의 생애는 제자이며 대학자인 진사(進士) 혁련정(赫連挺)이 남긴 『대화엄수좌원통양중대사균여전(大華嚴首座圓通兩重大師均如傳)』1)에 상세히 전하고 있다. 『균여전』에 의해 대사의 자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사의 속성은 변(邊)씨이며 923년 황해도 황주(黃州) 북쪽의 둔대엽촌(遁臺葉村)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나이 예순에 대사를 가져 7개월 만에 출생하였는데, 태몽은 한쌍의 황금빛 봉황이었다. 대사의 생김새가 매우 추해 길에 버려졌으나 까마귀 두 마리가 날개로 덮어 보호하는 것을 안 부모가 다시 데려와 길렀다. 15세에 형을 따라 부흥사(復興寺 : 황해도 금천군 소재)로 출가하여 식현 화상(識賢和尙)에게서 득도하였다. 후에 영통사(靈通寺) 의순(義順)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대사는 해동 화엄종의 법을 이어 경기도 개성의 왕륜사(王輪寺)에서 법석을 열어 가르침을 폈는데 국사에까지 올랐다. 대사는 불법을 널리 펴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을 도리로 삼아 많은 책을 남겼다.

광종 3년 (953년) 중국 사신이 왔으나 장마가 심해 책봉 의식을 치루지 못하고 있었다. 광종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 “내일은 반드시 해당(海幢) 비구가 설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음 날 대사가 법석에 올라 법을 설하니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타났다. 이 때 임금이 아홉 번 절을 하여 존경의 예를 표했다.

973년 김해 부사가 대사의 열반을 전해왔다.

“기이한 스님이 머리에 종려나무 갓을 쓰고 바다를 통해 왔기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비바시(毗婆尸 : 과거 일곱 분 부처님 가운데 한 분)라 하였습니다. 그 스님이 말하기를 5백겁 전에 해동과 인연을 맺었는데, 나라가 혼란하여 불교가 성하지 못하므로 과거의 인연으로 균여(均如)로써 불법을 널리 펴고 이제 일본으로 가려 한다 하였습니다.”

이것이 대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김해 바닷가에 모습을 나타냈던 날이 6월 17일이었다.

대사는 당시 남악(南岳)과 북악(北岳)으로 나뉘어 있던 화엄종을 하나로 통합하였고, 승과를 주재하는 등 교단의 발전에도 큰 공헌을 남긴 분이다. 뿐만 아니라 대사는 일생을 화엄에 바쳐 분열되어 있던 나라의 이념을 하나로 묶는 데도 크게 기여한 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사의 저술은 거의 대부분 화엄에 관련된 것이어서, 해동 화엄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사의 저술은 『일승법계도원통기(一乘法界圖圓通記)』 1권, 『십구장원통기(十九章圓通記)』 2권, 『석화엄지귀장원통초(釋華嚴旨歸章圓通  )』 2권, 『화엄경삼보장원통기(華嚴經三寶章圓通記)』 2권, 『화엄경교분기원통초(華嚴經敎分記圓通  )』 10권, 『수현방궤기(搜玄方軌記)』 10권, 『공목장기(孔目章記)』 8권, 『오십요문답기(五十要問答記)』 4권, 『탐현기석(探玄記釋)』 28권, 『교분기석(敎分記釋)』 7권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혁련정이 남긴 『균여전』에는 대사의 시 11수가 전하는데, 이것이 유명한 사뇌가(詞腦歌)2) 11수이다. 이는 보현보살의 10서원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1수를 더해 지은 게송인데, 이번 호에서는 이 사뇌가 일부를 소개하기로 한다. 이 사뇌가 11수를 본 당시의 중국 관리는 “진실로 한 부처가 세상에 나투셨다”고 찬탄하기도 했으며, 오늘날 국문학계에서도 귀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대사의 사뇌가는 일생을 화엄에 바쳐 온 대사의 사상이 온전하게 녹아있는 큰 가르침이요, 참 수행의 모습을 제시해 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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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제불송(禮敬諸佛頌)」

마음으로 붓을 삼아 부처님을 그려

시방세계 두루하신 (불보살님께) 엎드려 절하오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낱낱의 티끌이 다 부처님 나라이며

오랜 겁을 지나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고 듣고 깨달으니

어찌 영겁토록 예경을 드리지 않겠는가

몸과 입과 뜻으로 그침 없이 늘 불보살님께 예를 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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