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복 받은 땅에 열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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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복 받은 땅에 열렸고…
  • 관리자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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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 |/여주 신륵사

남한강 한줄기가 휘어청 굽어 맴도는 언저리에 넓지도 좁지도 않은 돌 절벽위 공간은 누가 보아도 분명한 명당. 그 터에 자리한 신륵사(神勒寺)는 뒤로 아담한 봉미산을, 아래로는 창랑이 여일한 여강을 굽어본다. 송뢰(松策)의 삽상함에다 속기를 날릴 청풍이 늘 소슬하니, 이곳에 선 자는 금세 선경의 흥취에 빠지고 만다.

화신의 발걸음이 올 따라 조금은 늦어 보이더니 3월 중순인데도 아직 봄기운에 취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러나 서울을 벗어나 창 밖에 펼쳐지는 풍광을 대하자 어디선가 해동하는 초목의 수액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때가 되었으니 대지 밖으로, 창공 밖으로 머리 내밀고 싶다며 칭얼대는 나무와 풀들의 투정소리일까. 하지만 어찌 더 이상 뒤로 미룰까. 봄은 바로 곁에 와 있는 것이다. 며칠만 지나면 초목들은 움을 틔우고 몸 밖으로 싹을 드러내며 긴 겨울과의 결별을 선언할 터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있는 동안 늘 푸른 송림에 둘러싸인 신륵사 앞에 떨궈졌고 싸한 송진내가 곧 코 끝에 스며들면서 초봄의 노곤함이 싹 가셨다. 신륵사는 예전의 신륵사가 아니었다. 지나오며 신륵사 관광단지라는 간판을 유심히 보았거니와 초입부터 전에 보았던 경치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경내에서 제법 먼 거리에 널찍하게 주차장이 마련되었고 그 곁으로 숙박업소, 식당, 기념품점을 모아놓아 절인지 저자인지 구분키 어려웠던 과거의 왁자하던 풍경이 사라져 다행이었다.

멀찌감치 나와 내방객을 맞는 것은 키 크고 우람한 덩치의 일주문이다. 넓은 마당에 주위를 압도하며 홀로 치솟아 마치 개선문이라도 보는 듯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갸우뚱하다가 종로 조계사 해탈문과 빼닮았다는 것을 안다. 턱없이 넓게 보이는 마당에 휑덩그레한 그 어색함을 덜고 맨땅의 거치름을 가려줄 요량을 댔는지, 새삼스레 잣나무들이 사방에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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