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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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 관리자
  • 승인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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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 월 미군의 바그다드 입성과 함께 자취를 감췄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마침내 미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생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성전(聖戰)을 촉구하던 그는, 너무 변해 버린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한 미군이 혹시나 오인 사살이라도 할까봐 "쏘지 마라, 나는 사담 후세인이다" 라며 묻지도 않은 신분을 스스로 밝히며 산 채로 적군의 포로가 된 것입니다.


사진에 나타난 후세인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때와는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권력에 있을 때 그는 자신만만하지만 인정은 보기 힘든, 그리고 대단히 잔인한 눈빛을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웃음을 거둔 채 싸늘하게 응시할 때 그의 모습은 웬만한 사람은 그 앞에 서기만 해도 두려움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공포스럽습니다.


그런데 사진의 모습은 다소 넋이 나간, 그리고 혹시나 자신을 해칠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냥꾼에 사로잡힌 사슴의 모습(맹수도 아닌!) 같다고나 할까요... 특히 스스로 입을 벌리고 신분 확인을 위한 DNA 검사물 채취에 기꺼이 협조하는 모습은 저 사람이 과연 한 나라를 공포에 들게 한 절대 권력자가 맞나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저런 사람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니... 저렇게 나약하게 보이는 한 사람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니... 믿기 어렵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인간이란 존재가 허망하기까지 합니다.


나찌 독일의 유태인 대학살의 주인공 아돌프 아이히만도 그러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유태인을 살해한 그가 은신처 아르헨티나에서 1960년 5월 이스라엘의 비밀정보 모사드에 의해 체포당하여 이스라엘로 압송된 후, 1961년 12월 예루살렘의 법정에 섰을 때 증인의 자격으로 그를 본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의 한결같은 느낌이 '악(惡)이 저렇게 평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예이엘 디무르는 그를 보고 혼절하고 말았다. 재판관이 물었다. '과거의 지옥 같은 악몽이 되살아났습니까.'디무르는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탄식했다.

'아이히만이 저렇게도 평범한 사람이라니. 저토록 평범한 인물이 그 많은 사람들을 가스실로 몰아넣었다니…. 나 자신도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내 안에도 아이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의 애제자이자 저명한 정치학자였던 아렌트. 미국 ‘뉴요커’ 잡지의 특파원을 자원해 재판을 추적했던 그녀는 자문한다.


티끌만큼의 죄책감도 없이 충실히 공무를 수행하고 아내를 사랑했으며 자식을 끔찍이 아꼈던 이 범속한 인간이 어떻게 ‘유대인 말살정책’을 기안하고 집행했는가.

그녀는 재판이 끝난 뒤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발표해 지성계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악이 우리의 일상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나의 전 생애는 칸트의 실천이성에 따라 살아왔다'며 자신의 행위는 칸트의 인식, 즉 ‘범주적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재판은 1년반을 끌었고 1961년 12월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음 해 5 월) 그는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 레드와인을 부탁해 반을 마셨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잠시 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끝내 자신의 죄(罪)를 알지 못하였다."
(이상 동아일보 12 월 15 일자, '책갈피 속의 오늘'에서)


후세인 전 대통령도 그의 자녀들에 의하면 아주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어찌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저렇게 비겁한 모습으로 생명을 구걸(?)하는 자에 의해 사라진 그 많은 죄 없는 생명은 무엇인지, 또 저런 분을 영웅으로 믿고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분들은 또 무엇인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물론 후세인은 재판 과정에서 나름대로 영웅으로의 변신을 꾀하기도 할 것입니다. 또 오늘의 초췌한 후세인의 모습이 계산된 미국의 홍보 작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후세인의 감춰진 본래 모습이 잠시나마 들어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수많은 독재자, 권력가들의 모습은 오늘 보면 모두 흔적도 없고 말도 없습니다. 지나고 나면 다 과거인 것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은 그저 길어야 고작 몇 십 년의 인생뿐이었고, 그것도 제 명을 살다 죽은 이는 흔치 않은 반면 대다수는 비참한 종말을 그 댓가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도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위력을 영원할 것이라 믿고 숱하게 모진 짓을 하며 살아갑니다. 바람 한 번 불면 금방 꺼질 그 촛불을 믿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합니다.


부시도 인정했듯 후세인이 사로 잡혔다고 이라크 문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부시가 승리하는 길은 기독교 원리주의적 사고 방식을 버리고 이라크인들의 참된 벗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부시의 도덕성은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선(善)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더구나 그 선이, 자신의 집착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집착하면 천하에 없는 진리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며 좋은 뜻마저 오히려 해악만 끼치게 되는 법!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초기 청교도적인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한 마음 되돌려 진정한 이라크인들의 좋은 벗이 되었으면...그리하여 스스로도 단명의 운명을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시아본사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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