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비 속의 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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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비 속의 선인장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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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일어서면, 머리가 닿을 듯이 낮은 천장에 붙은 형광등 흐린 불빛 아래, 방바닥에 펼친 신문을 앞에 두고, 여자는 책상다리로 앉아 있다. 잠을 자야 할텐데…

덜그렁. 창틀이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기사를 보려고 구부렸던 허리를 편다. 골목길 땅바닥에 거의 수평을 이룬 아래틀에서부터 높이 20cm에 폭 70cm쯤이 고작인 창은, 그러나 햇빛 기어들지 않는 음습한 공기 느물거리는 땅 밑의 방이 세상과 교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 줄 알면서도 습관처럼 흘깃 올려다 본다. 볼 때마다 여자는 생각한다. 퇴화되어 거의 보이지 않는 눈 대신 뾰족한 주둥이와 단단한 앞발과 후각만으로 땅 속을 더듬던 두더지 햇빛 아래 노출되어 쩔쩔매는.

덜그렁 덜그렁. 아이는 지금 무얼 할까?

신문을 넘겨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다.

서울 등 중부지방은 흐린 뒤 밤에 갬. 남부 및 강원 영동지방은 구름 많고 눈 오는 곳도 있겠다. 전반적으로 바람이 심함. 아침 -3~7, 낮은 5~11도, 가습기나 젖은 빨래로 실내 습도 유지에 신경쓰자.

덜그렁, 덜그렁, 덜그렁. 우산이라도 챙겨줄 걸, 그랬나?

‘신경쓰자’에 여자의 눈길이 머문다.

배운 것도 없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그들이었기에 건강한 몸이 재산이었다. 결혼 5년 만에 땅을 사고 조그만 집을 지었다. 집을 지은 다음 해계획대로 건강한 사내 아이도 태어났다. 부러울 것이 없었다. 돈 모아 땅 사는 재미에 힘든 줄 몰랐다. 칭얼거리거나 보채지 않는 아이를 여자와 여자의 남편은 기특하게 여겼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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