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이커 안에 담긴 산수유, 그 빨간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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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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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말〔馬〕처럼 뛰는 말〔言〕 생각하기

휴게실에 켜놓은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하면서도 동욱 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 시간에, 내가, 여기에, 왜? 게다가 출근하자마자 서투른 핑계로 쏟아지는 눈총을 피하며, 서둘러 와보니 무려 40여 분이나 일찍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누구를 원망하랴. 남의 일처럼 무관심으로 버텨왔지만 어차피 아내 혼자만의 일은 아니니. 해도 영 찜찜했다. 지나는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듯 싶어, 슬슬 짜증이 일어나는 그런 마음 속의 분탕질에 쓸려 끝내는 죄 없는 아내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아니면 그만 둘 것이지 이게 무슨?

약속 시간 1분 전. 되돌아갈까, 말까, 본관 건물로부터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삼층 건물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그는 수없이 망설였다. 꼭 여기까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뒤처지는 발걸음을 겨우겨우 이끌고 이층계단을 더듬어 올랐다.

내일 당신 오래요.

밑도끝도 없이 현관을 들어서는 동욱 씨를 마주보며 아내가 말했다. 마치 나랑 수퍼 좀 가요. 혹은 새로 나온 비디오 테이프 좀 빌려오세요. 오늘 밤에는 텔레비전 프로가 볼 만한 게 없거든요 따위의 말처럼, 대수롭지 않게.

나? 누가?

양복 상의를 벗어 옷장 속에 걸어두고 돌아서는 그의 얼굴 앞에 얼굴을 바싹 들이밀고 마주 선 그녀는 그러나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니 내가 왜? 그리고 누가 날?

재처 묻는 말에 생각난 듯 띄엄띄엄 늘어놓는 말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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