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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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야기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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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하는데 웬지 가을만 되면 가슴에 휑한 구멍이 뚫리는 듯하고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일상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무작정 가고 싶은 것이다. 철부지 때부터 그렇더니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모두 다 단풍이 들고, 세월이 가면 사람의 머리가 백발이 된다”는 옛 노래가 뼈속 깊이 스며든다. 한 올 두 올 세는 머리카락,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주름살에 한숨마저 느는데, 생업에 매여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어 안타까웠던 차에 이 사진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삼십년 전 가을이었다. 떠나고 싶은 마음, 단짝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열차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껴안고 한참을 웃다가 기념촬영까지 했다. 그때 칙칙폭폭… 열차 소리는 시낭송보다 아름다웠다. 이 가을 그 친구 만나러 전철에라도 몸을 실어야겠다. 처녀 때는 서산에서 서울까지도 왔는데, 지금은 그 친구 인천에 사는데도 만나기가 힘들다. 친구와 함께 늙어가는 시름 나누고 세상 사는 얘기를 오손도손 수다떨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겠지… 아니다. 수다떠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손잡고 절에 가서 기도해야겠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사에서 기도하는 친구와 내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아른거린다. 가을이면 황량해지는 이 병, 올 가을 산사에서 완치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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