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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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에서
  • 관리자
  • 승인 200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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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멀리 작은 섬에 부딪쳐 하얀 파도가 하늘을 가르고 있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변산반도를 돌아 내소사로 향하였다.

미국 유학시절 샌프란시스코에서 태평양을 오른쪽에 끼고 LA로 돌아오던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는 어느 때에나 태평양을 건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떤 소망을 간직하고 변산반도를 돌아가는 것일까?

바닷가를 끼고 돌아가다 ‘녹차의 집’이라 새겨진 작은 팻말을 지나쳤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녹차를 마시는 풍경이 놓치기 아까워 차를 돌렸다. 조그마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개인주택 대문 앞에 약간의 공간이 있어 차를 세우고 대문 안에 들어섰다. 돌계단을 내려가니 잔디밭 밑으로 채마밭과 갯벌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니 정갈한 한식집에 거실과 안방이 덮여 있고,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준다. 4년 전에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자리잡아,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찻손님을 맞이하고 가까운 내소사에 불공드리러 다니고, 앞마당의 채마밭을 가꾸며 살아간다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부러웠다. 다기에 따라주는 녹차의 향을 입 안에서 음미하며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다시 차를 몰아 내소사로 향하였다. 내소사 매표소에서부터 펼쳐지는 전나무숲을 차로 지나기가 미안했지만 천천히 차를 몰았다. 오래된 나무와 가람배치가 아기자기한 내소사에 도착하였다. 먼저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법당 안에서 일을 보시는 보살님의 안내로 방을 얻었다. 저녁공양까지는 시간이 넉넉하여 아까 차로 지나왔던 전나무 숲을 다시 천천히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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