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이라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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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이라크전
  • 관리자
  • 승인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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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이라크전]

드디어 미국의 대이라크 최후 통첩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은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불교에는 공업(共業)이라 하여, 한 개인의 업만이 아닌 한 집단, 사회, 또는 현재 살고 있는 전체 중생이 같이 책임져야할 업이 있는데, 이번 전쟁도 우리 모두의 공업이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이렇게 말씀 드리면 반전 운동한 분들도 있는데 어찌 공업이냐, 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세상 사 인과응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답니다*^*^!). 저 역시 작년부터 우리 모두의 회개로 전쟁의 고통을 가능하면 피할 수 있기를 바랬으나, 공업의 힘은 저 같은 범부의 한계를 훨씬 넘는 일이라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이번 걸프전은 일차 전 때와 달리 장기화하거나 장기화하지 않더라도 미군의 피해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라크 분들만 아니라, 많은 미군들이 사망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업이라면 너무 가혹한 말이 될지 모르나,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번 전쟁을 반대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번 전쟁이 부시가 석유 때문에 일으키는 전쟁이라고 하시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 분들과 의견을 조금 달리 합니다.

물론 부시를 비롯한 미국인들이 어찌 그런 마음이 없겠습니까마는, 전쟁의 일차적인 이유는 지금 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분노와 증오 때문일 것입니다. 9. 11 테러도 그렇지만 러시아와 체첸, 이스라엘과 아랍, 그리고 보복 테러로 인한 '원한이 원한을 낳는 악순환'의 아픔이 21 세기를 맞이한 인류를 어둡고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 같은 분이 아픔을 아픔으로 갚지 않는 자비의 소식을 고군분투하시며 전하고는 있지만, 여러 세월에 걸쳐 축적된 원한과 증오가 마침내 한계에 이르러, 그 분의 힘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가 봅니다.

거기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의(제가 보기에 부시는 반전파들이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전쟁광'은 아닙니다. 다만 세상의 악을 못 보아 넘기는, 그런 정의감이 강한 너무 도덕적인 분이지요), 기독교적 선악관이 일조를 더합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등의 나라 역시, 인류를 생각하는 밝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는 어두운 마음에서 반전을 주장하므로 밝은 마음 돌이키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양 쪽 다 어두운 마음이니까요.

이렇게 우리의 마음에 어둠이 가득해서야, 재앙이 아니 닥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않는, 어둠을 어둠으로 물리치지 않는, 그런 밝은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참 아쉬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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