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金剛) 같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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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金剛) 같은 인연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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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 이야기

지친 나그네에게 가야 할 길이 멀고 멀 듯이 실상(實相)을 모르는 사람에게 윤회의 길은 너무 멀도다.
고교 초년생 시절, 얽힌 실타래같이 복잡한 의문들은 나를 거리로 내몰았다.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찬 도시를 목적지도 없이 헤매던 나의 정신적 방황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를 향하여 저렇게 서두르며 가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사람들의 행렬에 몸을 맡긴 채 거리를 지나던 어느 날 색다른 서점이 문즉 시선을 끌었다. '칠엽굴(七葉窟)'이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던 중 능엄경 속에서 나의모습을 닮은 주인공을 만났다.
미모가 뛰어나고 학식이 풍부한(多聞第一) 수행자가 걸식을 하러 어느 집을 방문한다. 그 집에 살던 처녀는 그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에게 주술(呪術)로써 그를 유인해 주도록 애원한다. 어머니는 하나뿐인 딸을 위해 주술을 걸어 그를 방(淫室)으로 유인한다. 방안에서 애욕을 만족시키려는 순간, 스승이 그를 나타나 그를 구한다.
학식과 용모에 만족해하다 망신을 당한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통해 하며 스승게 윤회의 근본과 진실한 수행의 방편을 묻는다.
능엄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수행자는 아난다이고 스승은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제자 중 용모가 가장 뛰어났다. 도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나 충본한 교육을 받았고, 출가한 후에도 부처니므이 시자로서 항상 곁에서 모셨으며, 기억력이 출중하였으므로 학식에 관한 한 당대의 일인자였다.
아난다는 우리의 모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모를 다듬는 데 정성을 기울인다. 또, 갖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학위와 자격증을 갖춘다. 더 나아가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신문, 잡지, TV, 인터넷 등 매일매일 정보의 바다를 헤집고 다닌다. 더 많은 이익과 더 높은 명예와 더 즐거운 쾌락을 얻기 위하여….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노력이나 지식 습득이 윤회의 초월이나 인간의 근본적인 고통(四苦八苦)의 해결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는 것과 같이 억겁에 걸쳐 애쓰더라도 몸과 마음을 더 피곤하게 할 뿐이다. 오히려 진실을 왜곡시킬 뿐이다. 마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부처님의 질문에 아난다가 일곱 번식이나 말을 바꾸고(七處미心). 도둑을 자식으로 여겨(認賊爲子) 친자식을 버리는 것과 같다.
도둑을 도둑으로 알고 애착을 버렸을 때의 편안함과 기쁨은 체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꽉 짜여진 이로가 중 잠을 내어 망사으이 변화를 관찰하며 편히 쉴 수 있는 기쁨은 성인이 아니라면 누구로부토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선현은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라는 말을 남겼고, 설산동자(雪山童子)는 나머지 반구절(生滅滅已 寂滅爲樂)을 듣기 위해 나찰에게 몸을 던졌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책상 앞에는 마음 도둑(妄想)에 이끌려 죄업을 짓다 잡혀온 사람들이 않아 있다. 한결닽이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건만 후회하는 마음도 진실한 마음이 아니라서 곧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그러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이 또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지키지 못할 맹세를 반복하고, 매일매일 마음 도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煩惱無盡).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경전 말씀에 "부처님과의 인연은 금강(金剛)과 닽아 무량겁을 지내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른 인연은 모두 없어져도 부처님과의 인연은 그대로 남아 깨달음의 시앗으로 자란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중생은 미래의 부처들이고, 모든 공양 중에서 법공양이 으뜸이 된다. 엄청난 죄악을 범한 데바닷다와 앙굴마라도 약간이나마 부처님과 맺은 금강 같은 인연으로 인해 미래에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능엄경을 인연으로 나는 윤회의 근본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고, 드디어 나의 방황도 끝을 맺었다. 능엄경의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었다. 특히 당시 불광지에 실린 광덕 스님의 사자후 같은 보현행원품 강의는 부처님 말씀에 대한 의심을 끊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거리를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광이 비추어 부처님과 금강 같은 인연을 맺기를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상불경보살님의 말슴을 인용한다.
"그래도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미래의 부처이므로."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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