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스님과 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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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스님과 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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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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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홍도(弘道) 스님

지난 호에서 '방울 스님과 떡'을 이야기하는 중에 천황도오(天皇道悟) 선사와 그 제자인 용담숭신(龍潭崇信) 선사 사이가 떡으로 인하여 맺어진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용담숭신 선사의 법을 이은 덕산선감(德山宣鑑) 선사에게도 떡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한다.

덕산선감 선사는 오늘의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서 당(唐)나라, 건중(建中) 2년(782) 주(周) 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영민한 그는 일찍이 출가하여 20세 때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율장(律藏)을 배웠다. 그리고 다음에는 금강경을 깊이 연구하여 통달하였고 금강경 강사(講師)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때문에 그때 사람들은 그의 성을 때서 주금강(周金剛) 또는 주금강왕(周金剛王)이라고 불렀다. 그 자신도 금강경에 관한 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벽암록(碧巖錄, 4則)}에 의하면 그는 금강경을 강의하는 중에 "금강유정(金剛喩定) 뒤에 얻은 지혜 안에서 천겁(千劫)에 걸쳐 부처의 위의(威儀)를 배우고 만겁(萬劫)에 걸쳐서 부처의 상세한 행을 배운 뒤에야 성불(成佛)한다". 고 말했다고 한다. 금강유정이란 굳고 날카로운 금강석으로 모든 번뇌를 끊어 없앤 선정(禪定)의 이름으로서 보살의 경지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경지이다. 그리고 금강유정 뒤에 얻은 지혜란 깨달음을 얻은 다음의 지혜이다. 그러므로 덕산 선사가 금강경 강의 중에 한 이 말은 근래 우리 나라에서 곧잘 회자되고 있는 돈오점수(頓悟漸修)와 돈오돈수(頓悟頓修) 중 돈오점수를 강조하고 있다.

수행인(보살)의 경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깨달은 뒤에 얻는 지혜가 있고서도 부처의 위의와 행을 천 겁 만 겁 닦아야 비로소 부처가 된다고 믿고 있는 덕산 선사의 귀에 남쪽에 가면 "마음이 곧 부처이다(卽心是佛)"라고 말하고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서 그 본성을 보게 하여 부처가 되게 한다(直指人心 見性成佛)"는 마귀(?)의 종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덕산 선사에게 있어서 마귀의 종자들이 하는 이 말은 돈오점수와 돈오돈수 중 돈오돈수에 속한다.

율장을 배우고 율의를 중요시 하며 돈오점수를 믿는 덕산 선사로서는 소문을 듣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에 가서 돈오돈수를 주장하는 마귀의 종자들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그는 금강경의 소초(疏 , 주석서)를 둘러 메고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났다.

이 때 덕산 선사의 나이는 30세였다. 이때의 모습을 무문관(無門關 28話)은 '마음이 분분(憤憤)하고 입도 비비(  )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분분이나 비비는 다같이 분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마음과 몸이 얼마나 발분(發憤)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한 그가 여주(澧州)에 이르렀다. 점심 때라서 떡을 파는 떡집에 들어가서 떡집 주인 노파(老婆)에게 점심(點心)으로 떡을 주문했다.

그때, 떡집 주인 노파가 덕산 선사에게 물었다.

"메고 온 것이 무엇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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