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어린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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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어린 여름방학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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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 방학과 유년시절


'신판 아리랑'이라며 아이들이 흥얼거린 노랫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아리 아리 아리 아리 공부고개를 넘어간다 / 음악 미술 대충하고 국·영·수를 우선 해야 / 아리 아리 아리 아리 수능점수 높게 받아 / 일류대학으로 넘어간다.···'
기가 막히고 너무나 어이없었지만 그건 실제상황(?)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앞집 진영 이 동생의 고교생 하루일과는 대충 이렇다.
새벽강의, 학교수업, 학원, 다시 혼자 수강하는 독선생 과외 그리고 정리, 취침하면 다음날 새벽 1시. 그래서 생긴 그 아이의 버릇 중 하나는 수업시간에 눈뜨고 잠자는 데 도사급(?) 이 되었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건지 자랑스러운 건지 도무지 헷갈린다.
'대학이 무엇이길래···.'
'공부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하고 넋두리를 할라치면 애들 대학입시 마쳤다고 너무 으시대지 말라며 진영이 아빠는 속상 해하는 눈치다. 예전과 요즘은 다른 점이 참으로 많다. 더구나 전말이 뒤집어지는 현상을 가끔씩 접하노라 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말하자면 '남녀유(有)별'이 '남녀무(無)별'로 변한 것이나 아이들이 어른 섬기기보다 오히려 어른쪽에서 아이들 눈치보기 현상으로 뒤바뀐 것 등이 좋은 예이다.
그 중에는 웬일인지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시간 여유가 더 없는 현상이다. 평소 학교 다닐 때보다 방학이 되면 오히려 더 바빠지는 요즘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얼른 이해 가 되지 않는다.
바쁘기로 말하면 애들보다야 어른이 더 바빴고 학교 다니는 학생의 경우라면 방학이라는 게 있어 잠시 해방감과 함께 조금은 놀아도 괜찮은 홀가분함으로 만세를 부르며 제일 먼저 냇 가로 달려가 물놀이(수영)하던 기억이 내 유년시절의 여름방학 때 추억이다.
온 종일 물장구 치며 송사리도 잡고, 모래성도 쌓고, 땅 따먹기도 하다가 젖은 옷이 썰렁하 여 한기가 들면 그제야 해가 서산에 지고 있음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옷 젖은 게 죄스러워 살금살금 뒷문으로 집에 들어 가다가 엄마한테 들키면 여지없이 종아 리 한 대 얻어맞았지만 따끔따끔 매맞으면서도 자꾸만 낄낄대고 웃었던 그때의 추억들은 언 제 생각해봐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방학이 중반에 접어들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방학책부터 통째로 끝내놓고 곤충 채집까지 사나흘이면 거뜬했지만 밀린 일기를 되메우기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결국 숙제검사 때 일기 때문에 손들고 벌서면서 나만의 가짜일기를 선생님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그것이 제일 궁금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 또한 얼마나 웃기는 일 이었는지 생각할수록 웃음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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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님은 1943년 충남 금산 출생으로 연세대학교와 서강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현 재 제일통상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기행수필작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 기행수필집 「가서본 유럽」을 펴냈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나현정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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