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의 흐름과 자가 치유
상태바
기(氣)의 흐름과 자가 치유
  • 현안 스님
  • 승인 2022.08.1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56)]

서양인들도 의외로 기의 흐름에 대해서 알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에선 훨씬 더 많은 이들이 기의 흐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습니다. 기 흐름을 인지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지식도 풍부합니다. 여기서 기(氣)는 기운 또는 에너지라고도 부르며, 그건 우리가 갖고 있는 천연의 생명력입니다. 기운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몸 전체를 통해서 흐르고 있습니다. 보통 기운이 우리의 몸 전체를 다 순환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몸 어디든 기운이 도달할 수 있다면, 혈액도 자유롭게 흘러갑니다. 반대로 기운이 흘러가지 못하고 막히면, 병이 생깁니다. 집중력이 늘어나면 기운의 흐름도 증가합니다. 달리 말해서 선정의 힘 즉 집중력이 늘어나면 건강도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일상 속에서 명상을 실천하라고 권장합니다. 명상에서 진전하면 건강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타일의 선 수행법에서는 늘 결가부좌 자세를 강조하고 권합니다. 양반다리로 앉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릎의 접힌 부위에서부터 점점 혈액 순환에 어려움이 생길 것입니다. 반가부좌 자세로 앉으면 그것보다도 순환이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만일 결가부좌로 앉으면 심지어 그것보다도 혈액 순환이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안 그런가요? 혈액 순환이 어려워질수록 통증도 더 심해집니다. 통증을 더 많이 경험할수록, 마음도 더 괴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명상반에 찾아온 학생들은 앉아서 제발 이 통증이 가버리기만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바입니다. 명상하면서 더 괴로워질수록 마음도 통증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이 바로 정통 선 수행법의 비법입니다!

선화 상인께서 말씀하시길 “구좌생선(久坐生禪): 오랠 구, 앉을 좌, 생길 생, 선 선”, 즉 오래 앉아야 선이 생기고, 그것이 마음을 씻어주고, 정화한다(Sitting long brings Chan, which cleanses and purifies the mind)”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래 앉을수록 자연스럽게 더 몰두하게 됩니다. 다리의 통증은 집중력을 늘리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이해하셨나요? 점진적으로 더 오래 앉는다면, 그게 집중력을 증가시키지 않을까요? 그러면 명상 수행에서도 진전이 생깁니다. 이것이 명상 수행에서 견고하고 체계적인 진전을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것과 자가 치유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다리가 아프면 아플수록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통증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때 문제가 있는 분위로 혈액도 몰립니다. 통증이 완전히 정점에 도달할 때 기운도 그렇습니다. 정점에 도달한 기혈은 돌파구를 만들고, 마침내 통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점점 가라앉게 됩니다.

달리 말해서 결가부좌의 비밀은 바로 이렇습니다. 우리의 몸은 기혈의 흐름에 대한 장애가 있으면 기의 흐름을 서서히 올리는 타고난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혈의 흐름이 증가하면서 결국엔 결가부좌 자세로 인해 생긴 장애를 뚫고 밀어낼 것입니다. 그때 몸 전체적으로 기운의 흐름도 증가합니다. 결과적으로 증가한 기혈의 흐름이 평소에 막혀서 문제가 있던 부위도 뚫어줍니다. 그런 식으로 치유가 생깁니다. 동양의학에서도 침술, 지압 또는 한약을 통해서 기 흐름을 자극해서 치유를 유도합니다. 그러므로 참선도 바른 방법으로 한다면 침술 못지않게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명상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다리가 아픈 걸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픔은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잘 못 앉는다고 도망갈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마다 진도 속도가 다릅니다. 포기하는 마음만 없다면, 계속 도전하고 직면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여러분은 진전할 기회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혹독한 수행법은 바른 지도 하에서 해야 합니다. 영화 스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또한 학생들에게 명상 수행에서 끊임없는 발전과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한 단계씩 진전할 때마다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웰빙도 뚜렷하게 향상할 것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