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관음의 문(Guan Yin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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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관음의 문(Guan Yin Door)
  • 현안 스님
  • 승인 2022.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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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61)]
출처 셔터스톡

보통 우리는 어릴 때부터 관세음보살이란 이름을 많이 들어 봤지만 그 이름의 뜻에 대해서 모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관세음(觀世音)이라는 이름을 잘 살펴보면, 이 보살님은 “세상의 소리를 듣는 걸 관하는” 일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관음, 즉 듣는 걸 관하는 것은 특정한 법의 문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법의 문이란 수행의 방법 또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관세음보살님은 “무명을 타파하기 위해서 듣는 걸 법의 문으로 사용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듣는 법과 둘째로 무명을 타파하는 것이 있습니다. 듣는 법이란 소리를 듣기 위해서 귀라는 신체 기관을 쓴다는 걸 뜻합니다. 듣는 걸로 시작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여섯 개의 감각기관이 있는데, 보통 염불 수행하는 분들은 이런 여섯 가지 기관에 전부 집중하라고 배웠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 스님은 귀의 모든 것에만 집중하라고 설명해줬습니다. 우리가 여섯 가지에 대해서 걱정하기보다는 한 가지에만 신경을 쓰는 겁니다.

이 듣는 법 또는 듣는 다르마의 공식적인 이름은 “반문문자성(反聞聞自性)” 즉 듣는 것을 돌이켜서 자성을 듣는 겁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대신 자성을 듣는 겁니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겁니다. 그게 이 이름의 기술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지침은 여러분이 거기에 다다르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걸 읽으면서 “자성을 듣는다는 게 무슨 말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하는 겁니다.

출처 셔터스톡

그렇다면 어떻게 자성을 듣는 방법을 배울까요? 어딘가에서 큰 소리가 납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리가 난 곳으로 주의를 기울입니다. 달리 말해서 우리의 주의가 밖으로 끌려 나갑니다. 소리가 날 때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오. 우린 자신으로부터 바깥으로 끌려 나갑니다. 그런 걸 불교에서 “유루(有漏)”라고 부릅니다. 내면에 있다가 밖으로 끌려 나가면 그걸 유루라고 부릅니다. 어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유루가 생기는 겁니다. 유루란 어떤 게 새어나가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린 뭔가를 계속 잃고 있고, 손실을 경험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참선을 지도할 때 배꼽 주변 즉 단전에 마음을 모으라고 설명합니다. 염불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꼽을 향해서 염불하는 겁니다. 소리를 들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꼽으로 듣는 겁니다. 배꼽에 주의를 집중해도 여전히 소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침은 매우 간단합니다. 배꼽만 생각하고 배꼽으로 들어보십시오. 우린 그런 식으로 유루를 최소화합니다. 우리가 수행할 때 보고, 듣는 그런 과정을 모두 다 역으로 바꿉니다. 보통 밖으로 나가지만 대신 내면으로 들어갑니다. 배꼽에 집중해서 듣고 염불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실은 무명을 타파하는 법입니다. 이 특정 법문은 관세음보살님이 수행하는 겁니다. 관세음보살님이 깨달아서 관음부처님이 되도록 해준 법의 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법의 문을 수행하면 모든 종류의 무명을 타파함을 의미합니다. 이 법의 문은 이 법계 즉 이 우주의 모든 유의 무명을 타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의 무명을 타파하고, 벽지불, 나한의 무명도 또한 타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살의 무명도 타파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배꼽 부위에 집중하고 듣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어떤 소리는 좋게 들리기도 하고 나쁘게 들리기도 할 겁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호흡에 관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호흡은 그냥 자연스레 두십시오. 그냥 단순하게 배꼽 부위에 집중만 하십시오. 수행의 지침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소리에 집중하고 관하는데, 그 소리에 대해서 자각하거나 그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건 망상일 뿐입니다. 또는 앉아서 호흡이 어떤지, 바르게 호흡하고 있는지, 혹은 내 소리가 좋은지, 잘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면, 단순히 다시 돌아와서 염불해보십시오.

여러분이 지침에 따라서 배꼽 부위(단전)에 집중하는 방법을 쓰면, 처음엔 어색하거나 잘 안된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이 방법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예로 초심자가 몸 전체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 다리 통증과 팔 통증, 불편함, 춥거나 덥거나, 코가 간지러우면,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히 한 곳 즉 배꼽에 집중하십시오. 머리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말고 한번 따라 해보십시오. 우리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지침이 간단할수록 어렵다고 느낍니다. 사실 이건 매우 간단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믿고 계속 앉고 또 앉으면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행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참고법문: 영화 선사 'Guan Yin door(관음문)'(2009년 3월 21일)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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