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신심(信心,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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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신심(信心, Faith)
  • 현안 스님
  • 승인 2022.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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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62)]
출처 셔터스톡

어떤 이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무엇이 제일 큰 자산입니까? 어떻게 행복을 얻습니까? 무엇이 최상의 달콤함입니까? 무엇이 최상의 삶입니까?” 여러분은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산은 쉽게 말해서 우리가 기대거나 의지할 수 있는 어떤 것, 우리가 모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가장 큰 자산은 자식인가요? 부동산인가요? 지식과 기술일까요? 부모님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나요?

어떤 사람은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복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늘 복에 의지하거나 기댈 수는 없습니다. 큰 장애가 있으면 엄청나게 많은 돈과 복을 가질 수 있지만, 그걸 쓸 수가 없습니다. 은행에 돈이 있지만 은행에 갈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돈을 꺼내서 쓸 수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혜는 어떤가요? 지혜가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아라한의 지혜에 기댈 수 있을까요? 아라한은 자신의 지혜에 기댈 수 있나요? 아라한은 불교에서 성자로 여깁니다. 아라한은 자기 지혜에 기댈 수 있나요?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라한의 지혜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불성은 어떤가요? 불성에 기댈 수 있을까요? 불행히도 우리는 불성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크기도 강도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댈 수 있나요? 우리가 추락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불성에 기대면 추락에서 구출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선지식에 기대면 어떨까요? 선지식이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을까요? 선지식은 분명 큰 지혜가 있어서 기댈만하지 않나요? 그런데 어쩔 땐 선지식이 매우 비합리적입니다. 선지식이 나에게 잔인하게 대하거나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출가했을 때 2년 넘게 영화 스님에게 삐져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왜 스님이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럴 때 여러분은 선지식에게 기댈 수 있나요? 항상 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누구에게 무엇에 기댈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무엇이라 답하셨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제일 큰 자산이 신심이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동의하나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고 무조건 다 동의해야만 하는 건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신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천신에 두면 그게 제일 큰 자산일까요? 무속인은 어떤가요? 부처님께서는 삼보에 대한 신심을 말씀하신 겁니다. 여러분은 늘 삼보에 기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삼보에 귀의하면, 세세생생 삼보에 기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신심이란 무엇인가요? 불교의 신심과 그 외의 종교에서 말하는 신심은 어떻게 다른가요? 불교의 신심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신이 이렇게 말했으니, 무조건 믿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린 그에 대한 논쟁을 할 수 없습니다. 반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건 맹목적인 믿음입니다. 불교의 신심은 어떤가요? 불교에서 말하는 신심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말했다고 해서 너희가 반드시 그걸 믿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머리를 써서 말이 되면 믿고, 아니면 믿지 말아라”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말했다고 해서, 전통적으로 믿는 일이라고 해서, 무작정 믿는 게 아닙니다. 불교의 신심은 맹목적인 게 아닙니다.

불교에서 신심은 우리 스스로 증명하는 겁니다. 예로 불교에서는 선 수행, 마음공부뿐 아니라 천신, 신통력, 보이지 않는 존재와 세계에 관한 것도 가르칩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인간을 포함해서 천신, 귀신 등과 같은 다양한 중생에 대해서 가르치셨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해도 처음 듣고서 믿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행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보거나 느낄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 확인하게 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까요? 지침을 따르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불교의 가르침에선 지식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습니다. 불교는 전혀 이론이 아닙니다. 대승에서는 우리가 스스로 불교의 가르침을 확인할 방법들을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명상하거나 염불을 하면 나중에 천상, 천신, 귀신, 신령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설명하신 온갖 것들을 보는 겁니다.

또는 부처님께서 성자라는 과위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사성제를 수행하면 아라한과라는 성자의 지위, 즉 그런 과위를 스스로 증명하는 겁니다. 우리가 거기 도달하면 더는 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게 됩니다. 아상이 비어있는 겁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제자들은 그걸 믿었습니다. 그들은 아라한과를 증명받았고, 정말로 아상이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모든 제자는 이미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들이 모두 다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건 개념적인 것이 아닙니다.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승의 가르침이 모두 맞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불교에 대한 신심은 궁극적으로 맹목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교, 즉 삼보에 신심이 있다면 여러분은 세세생생 거기 기댈 수 있다는 걸 발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라고 배울 겁니다. 많은 사람이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고 감응을 받습니다. 안 그런가요? 약사부처님이나 아미타부처님께 기도하고 감응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매우 단순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곤경에 처했을 때,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십시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선화 상인께서도 곤경에 처했을 때, 그가 탄 배가 가라앉아서 많은 이들이 죽을 뻔했습니다. 선화 상인은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했습니다. “내가 만일 여기서 살아남아서, 나중에 대승을 전법할 운명이라면, 부디 저를 구해주시고, 배를 가라앉지 않게 하소서”라고 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여러분이 기댈 수 있는 신심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요? 내려놓으면 될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것들은 내려놓기가 힘듭니다. 여러분은 자식을 버릴 수 있나요? 편안한 생활을 버릴 수 있으신가요?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더 행복해지려면 정법을 수행해야만 한다고 하셨습니다. 내려놓는 건 그냥 그 일부일 뿐입니다. 우리가 자식을 내려놓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서 버려야 한다면, 천천히 해야 합니다.

최상의 달콤함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과거에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했던 약속들을 기억하시나요? 사탕수수 주스나 꿀물보다 더 달콤한 게 있나요? 카페모카보다 더 달달한 게 뭐가 있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최상의 달콤함은 진리라고 하셨습니다. 어느 것도 진리보다 달콤하지 않습니다. 진리가 어떨 때는 아주 씁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달콤합니다. 나는 아직 그걸 보지 못 했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상의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신이 되면 어떨까요?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되고 싶으신가요? 부처님께서는 최상의 삶이란 지혜의 삶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지혜가 있다면 그게 최상의 방식입니다. 그게 궁극적인 대승입니다. 우린 지혜를 열기 위해서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가능한 최상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것이 불교입니다. 우린 명성과 이익을 좇지 않고, 지혜를 구합니다.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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