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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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멸망
  • 관리자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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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원효와 사복이 기거하고 있는 원효방과 부사의방은 예사로운 토굴이 아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 복판의 작은 공간을 거처고 삼았으므로 토굴에 닿으려면 밧줄을 타고 암벽을 내려가야 만 가능하다.

그들이 이 곳을 택한 데에는 그들만이 지닌 혜안(慧眼) 덕분이다. 범부 중생의 눈으로는 보 이지 않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신비의 자리를 그들은 혜안으로 볼 수 있었으므로 이 자리 를 얻은 것이었다.

원효방과 부사의방에서는 하늘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도솔천 내원궁의 미륵보살을 친견 할 수 있다고 ks다.

그들은 이런 신비로운 성지(聖地)를 꿰뚫어 보고 줄사다리를 타고 토굴에 내려가는 기행(奇行)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거동을 보고 혀를 내둘렀으며 예사 사람이 아닌 도인(道人)으 로 추앙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분들이 원효방과 부사의방에 자 리를 정한 뒤 그 곳에서 오색이 찬란한 서기(瑞氣)가 뻗혀 하늘과 맞닿는가 하면 인간으로 서는 도저히 창출해 내지 못할 싱그러운 음악이 자주 울려서 십리 안팎의 마을 사람들이 듣 게 되는 것이었다.

이 음악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예사 음악이 아닌 천악(天樂)리라고 여기는 이가 많았다.

하늘나라의 음악이기에 저토록 신비로운 음향이 울려 퍼져서 듣는 이의 가슴에 향기롭게 파 고드는 것임이 분명하다.

원효방과 부사의 방이 어떤 성지(聖地)이기에 하늘과 맞닿은 서기광명이 밤마다 비추이고 하늘의 음악이 울리는 것일까? 또 거기에 자리잡은 원효와 사복이 얼마만큼 대단한 도력을 지녔기에 그들이 살게 되면서 하늘의 음악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궁금해하면서도 거기에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혹 부정을 타서 하 늘의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헌데, 주민들은 낮에 원효와 사복을 자기네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매일 만나게 된다.

원효와 사복은 때로는 걸식도 하고 탁발도 하는가 하면 농민들의 일손을 도와주기도 하므로 마을 사람들은 손쉽게 두 도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원효는 출가 사문이고 사복은 평민 차림이니 수행하는 것(居士)일시 분명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예사 사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이(神異)한 기품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두 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큰 힘을 지닌 분이다...'

주민들은 이렇게 여기고 있었다.

원효의 나이 45세. 한창 무르익은 나이다. 사복 역시 그 또래이니 큰 뜻을 펼만한 인물이다.

주민들은 이 두 사람의 내력을 모르니 그저 수행자들인가 보다 하겠지만 두 사람은 신라에 서도 첫 손에 꼽는 쟁쟁한 인물이 아니던가.

그들의 주된 임무는 백제 유민들을 회유 하는 것.

그러면서 제2의 광복 운동의 낌새를 탐지하는 일이다.

원효가 백제의 넓은 땅 중에서 굳이 보안산에 기거하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지난 번 광복 운동의 본거지의 하나인 주류성(周留城)이 지천에 있기 때문이었다. 주류성은 흑치상지(黑齒常之)라는 불세출(不世出)의 장군이 이만군을 거느리고 있던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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