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일 학년 때 국어 책에서 "배우고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論語)의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가슴이 울렁거렸고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 다. 그후 틈틈히 <논어>라는 잘 이해도 되지 않은 책을 밤마다 읽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조선 시대의 정치 사상을 전공하게 되었고 이걸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대학졸업생이 회사 면접 시험 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전공선택 이유'일 것이다. 대개 전 공학과는 고3때 정하는데 그 나이에 전공분야에 관해서는 자세힌 알 수는 없다. 그렇게 한 것은 대부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알 수 없는 끌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구체적인 이유로 설명한단 말인가.
그렇게 알 수 없는 힘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어떤 분야의 일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일이 세속적인 목표일지라도 평생토록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과업이 있을 것이다. 남들이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만큼은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목표를 추 구하는 것. 이것이 자기만의 꿈이고 이상이 아닐까. 필자도 우리 사상을 공부해보자고 매달 렸다. 대학원에 입학할 무렵, 한국에서 제대로 대학선생 노릇하려면 으레 다 가야 하는 외국 유학 대신 산 속에 있는 서당을 찾았다. 그것에 있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밖에 없다 고 결심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떨곤 했다.
결국 눈이 펄펄 쏟아지는 날, 서당을 떠나 다시 도시로, 대학원으로 되돌아왔고 또다시 서 당을 찾아갔던 방황이 10년 이상 지속되었다. 국제화를 말하는 이 시대엔 너무나 현실과 동 떨어진 공부를 한 덕분에 서른 아홉이 될 때까지 정식으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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